강윤구, 내리막에서 찾은 ‘10승 해법’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18 06: 51

시즌은 등산과도 같다. 오르막도 있지만 내리막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내리막이라고 해서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넥센 선발진의 희망으로 떠오른 강윤구(23)는 이 내리막을 잘 탄 경우다.
‘미완의 대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곤 했던 강윤구다. 왼손 투수로 빠른 공을 뿌린다는 엄청난 잠재능력과 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항상 제구가 문제였다. 많은 지도자들이 탐을 낸 유망주의 성장이 생각보다 더뎠던 이유다. 그러나 강윤구는 올 시즌 그 큰 그릇을 조금씩 채워나가고 있다. 전반기 15경기에 나가 80⅔이닝을 던지며 6승2패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했다. 전반기 넥센이 발견한 희망 중 하나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구력이 점차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다. 소위 말하는 ‘긁히는 날’의 빈도가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붙는다. 선순환의 고리다. 스프링캠프에서 약점 보완에 땀을 흘렸던 강윤구도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좋은 전반기를 보냈던 것 같다. 제구나 구위 모두 그렇다”라고 전반기를 돌아봤다. 선발, 혹은 상황에 따른 불펜 대기도 마다하지 않은 활용성 또한 돋보였다.

전반기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한 차례 고비가 있었다. 강윤구는 “2경기 연속 5이닝을 못 채웠던 때가 고비였다”고 털어놨다. 6월이었다. 6일 목동 삼성전에서 4⅓이닝 동안 7개의 볼넷을 내주며 5실점으로 무너졌다. 13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4이닝 5피안타 4볼넷 3실점으로 역시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5월까지는 순조로운 페이스였기에 기세가 꺾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또한 많았다.
하지만 강윤구는 그 당시를 오히려 중요한 계기로 생각한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를 얻었던 까닭이다. 강윤구는 당시 생각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코치들과 함께 잘못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썼고 심리적으로도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결국 그 2경기가 약이 됐다. 강윤구는 그 후 4경기에서 24이닝 동안 단 3실점만을 허용하며 호투했다. 강윤구는 “그 이후 심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더 좋아졌던 것 같다”고 했다.
전반기에만 6승을 거둔 강윤구다. 들뜨지는 않고 있지만 생애 첫 ‘10승’에 대한 생각은 있다. 강윤구는 후반기 각오에 대한 질문에 “그래도 10승이 목표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10승은 투수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원동력이다. 한편으로는 넥센의 토종 선발 잔혹사를 끊을 수 있는 상징이기도 하다. 히어로즈의 이름을 단 뒤 넥센이 토종 10승 투수를 보유했던 것은 2009년 이현승(13승)이 마지막이었다.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강윤구는 “항상 후반기에 더 좋았던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전반기에 6승을 했으니 후반기에 좀 더 힘을 낸다면 10승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타이틀이기도 하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강)윤구가 한 번의 고비를 넘겼다. 후반기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다시 오르막을 탄 강윤구가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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