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박찬호(40)가 그의 화려한 메이저리그 생활 뒤에 감쳐줘 있던 시련과 그것을 이겨냈던 과정에 대해 밝혔다.
지난 18일 오후 7시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예스24와 웅진지식하우스, 숭실대학교가 함께하는 박찬호 자서전 출간 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회는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미리 신청한 관중들로 1000여 석이 가득찼다.
박찬호는 이번 강연에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서의 미국 생활에서 겪었던 시련과 그것을 극복해냈던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점에 대해 역설했다. '上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강연회에서 박찬호가 강조한 한 마디는 '시련을 두려워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날 박찬호는 "미국 진출 첫해 메이저리그에서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나 이전에 누구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얼마나 힘든 곳인지를 몰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가장 힘든 것은 선수들이 항상 마늘 냄새, 김치 냄새가 난다며 킁킁 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눈치보이고 위축돼야 했던 생활이 너무 힘들어 미국 생활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지만 어머니와 통화를 한 뒤 생각을 바꿨다. 그는 한국 음식을 모두 버려버리고 치즈, 햄버거 등 미국 음식 만을 먹었다. "나를 버리고 상대를 이해하고 나니 그들이 나에게 다가왔다"는 것이 박찬호가 깨달은 점이다.
두 번째 위기는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이었다. 박찬호는 2002년 텍사스와 5년 6500만 달러의 거액 FA 계약을 맺었으나 부상과 부진으로 제 성적을 내지 못했다. 박찬호는 야구가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더 상처받았다.
박찬호는 "잘할 때는 애국자다, 코리안특급이다 칭찬만 해줬던 사람들이 못하니까 매국노다, 먹튀다 비난했다. 나도 힘든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더 배신감이 커 죽을 생각까지 했다.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못 잤다. 어느 날 울다가 거울을 보고는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그가 두려워했던 감독에게 무작정 찾아가 말을 건넸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이야기가 길어졌다. 나를 피하던 선수들에게도 다가갔다. 그들과 사이가 좋아지면서 그렇게 낫지 않던 통증이 나아졌다. 그때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되면서 2006년 12승을 했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항상 저는 무엇이든 도전해보고 싶어하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시련을 두려워했다면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시련을 이겨낼 때마다 그 만큼의 경험과 용기가 생긴다.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도전하는 것, 그것이 강한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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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