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릎팍’ 수다맨 박찬호, 상상이나 해보셨어요?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7.19 07: 31

은퇴한 야구선수 박찬호가 아줌마 못지않은 솔직하고 수다스러운 모습으로 안방에 웃음을 안겼다.
박찬호는 지난 18일 오후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오랜 기간 야구선수로 활동하며 겪었던 삶의 깨알 같은 에피소드를 한 아름 풀어놨다. 이 과정에서 돋보였던 것은 멋있어 보이기만 했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수더분하고 솔직한 모습.
이날 첫 등장에서부터 박찬호는 소심한 면모로 웃음을 줬다. 그는 과거 예능프로그램에서 이수근에게 치킨과 함께 콜라를 사오지 않아 타박을 들었던 것을 기억하며 “오늘은 수근 씨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콜라도 사왔다”고 강조했다. 이수근은 당황하며 “그걸 꽁하게 기억하고 계셨다”며 웃었다. 박찬호가 선사한 당황스러움을 그 뿐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누구였고, 누구이고, 누구일지 모르겠다”며 다소 형이상학적인 고민을 던져 무릎팍 도사 강호동을 잠시 4차원의 세계로 던졌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던 박찬호는 야구를 시작하던 시절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한국 야구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지만 경력의 시작은 라면을 먹고 싶었던 아주 작은 동기에서 비롯됐다. 그리 부유하지만은 않은 형편에 라면을 먹는 선수부 친구들이 부러워 야구를 시작하게 된 것.
이어 그는 성형설에는 "아니다"라고 부정하며 배우 이종원과 가수 강타를 닮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 은근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과거 "엄(Um)"이라는 말을 자주 했던 이유로 "영어가 되니까 자랑스럽더라"라고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줬으며, 박세리와의 결혼을 여러번 제안 받았던 것에 대해서는 "(박세리가 여자로) 훌륭하다. 실물로 보면 정말 예뻤다", "(주변에서 하도 말하니)박세리와 결혼하는 상상도 많이 했다" 라고 과거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내 흥미를 유발했다. 솔직한 박찬호의 매력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야구선수로 유명해지고 난 뒤 아버지와 사우나에 갔던 일화를 전하며 아버지를 향해 가지고 있었던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박찬호는 "미국에 처음 갔을 때 한인 사회에서 성공한 분들을 만났는데 우리 아버지랑 비교가 됐다. 아버지가 뭐라 하는데 잔소리처럼 들렸고, 충청도 사투리까지 창피했다"며 당시의 철없던 마음을 전했다.
이어 "한국으로 떠나며 아버지가 침대 속에 편지를 써서 놓고 가셨더라, 침대에 누웠더니 뭔가 부스럭 했다. 편지를 봉투 없이 놓고 가셨다. 밤새 울었다. 아버지도 내가 창피해 하는 걸 느끼셨던 거다. 편지에는 '네가 창피하게 생각해도 괜찮다. 포기하지 말고 성공해라. 넌 내 자랑스런 아들이다'라고 적혀있었다. 이후 원정 경기를 갔다 야구장에 갔는데 마이너행을 하게 됐다. 그 때 내가 벌을 받았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끝없이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하나하나 박찬호만의 경험이 담겨 있기에 더욱 특별했던 일화들이었다. 미국에 진출하기 전 민박집 아저씨의 활약으로 60만 달러의 몸값이 120만 달러로 뛰게 된 사연, 미국까지 찾아와 자신의 애인인 척 했던 스토커 여인과의 일화, 친한 미국선수에게 등을 밀어달라고 요구했다 동료들에게 동성애자로 오인받았던 일화, 마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오기로 치즈와 우유를 먹으며 버텼던 일화 등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한국의 이름을 알렸던 야구선수 박찬호의 숨겨진, 인간미가 돋보이는 일화들이었다.  
물론 이를 하룻밤만에 청취(?) 가능하게 했던 것은 박찬호가 가진 의외의 수다스러움이었다. 앞서 '무릎팍도사' 제작진은 OSEN에 박찬호 편이 2회로 나눠 방송하게 된 것을 알린 바 있다. 제작진의 그러한 결정이 이해가 될만큼 박찬호의 인생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그 때문일까. 벌써부터 다음주 방송될 박찬호의 두 번째 이야기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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