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있는 마녀선생 고현정의 진가가 서서히 발휘되고 있다. 그간 아이들을 향해 잔혹할 정도로 독한 멘트를 날리던 마선생(고현정 분)은 드디어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며 6학년 3반 최고의 문제아 김도진(강찬희 분)을 변화시켰다.
지난 18일 오후 10시 방송된 ‘여왕의 교실’(극본 김원석, 김은희 연출 이동윤)에서는 자신의 악행이 드러나자 지하철역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김도진의 모습과 그런 그를 막는 마여진 선생(고현정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도진의 6학년 3반 괴롭히기는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 “반에 셔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 “일진에 가입해 형들하고 미리 인사해놓는 게 편하지 않겠냐”는 등 김도진의 끊임없는 꼬드김에도 6학년 3반 아이들이 하나같이 “이제 우리 반엔 그런 거 없다”며 거절했던 것.

뿐만 아니라 앞서 김도진의 도발로 화를 참지 못하고 그를 때렸던 오동구(천보근 분)는 심하나(김향기 분)와 은보미(서신애 분) 등 친구들의 격려로 “때린 건 잘못이다”라며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기까지 했다.
그러는 중 겉으로는 모범생인 척 하지만 뒤로는 손인보(강현욱 분)에게 자신의 과제를 해올 것을 요구하며 괴롭히던 김도진의 이중적인 모습은 아이들 앞에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결국 아이들은 회의 시간 반장인 김도진의 해임을 건의했고, 투표를 통해 이를 관철했다.
이 과정에서 마선생은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모든 것을 해결했던 것은 아이들의 자율적인 움직임이었다. 짐짓 잔인한 현실논리를 내세워 아이들을 압박하고, 그 속에서 꿈틀댔던 아이들의 자율성을 이끌어 낸 마선생의 특별한 교육 방침이 효과를 발휘한 순간이었다.
마선생의 진가는 김도진의 자살을 막으며 더욱 확실해졌다. 여러 번 입양을 갔다 양부모에게 버림받고 파행됐던 아픔이 있는 김도진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던 마선생은 “나 같은 놈은 죽어도 상관없다”며 지하철 플랫폼에서 위태롭게 서 있던 김도진의 팔목을 잡고 옆에 섰다. 그는 “이게 네 선택이냐.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래. 죽고 싶으면 죽어. 난 교사로서 너에 대한 책임이 있어. 네 선택에 대해 난 끝까지 함께 있을 거야. 원한다면 죽어. 난 널 놓지 않을 거야. 난 널 버리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자신의 옆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마선생의 모습과 달려오는 지하철에 두려움을 느낀 김도진은 “살려 달라”고 다급하게 말했고, 지하철이 부딪히려는 순간 마 선생은 그를 안아 구했다. 마선생은 "멍청한 놈 이제 어리광 그만 버려“라며 ”태어난 모든 생명에겐 살아갈 권리가 있어. 목숨을 버리면 안 돼. 태어난 순간부터 소중한 존재니까. 불안해하지 마. 두려워하지 마, 네가 널 버리지 않는다면 아무도 널 버릴 수 없어.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그 마음으로 네 주변 친구들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거야"라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눈에는 눈물이 고일 정도였다.
지금까지 아이들을 향해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관심을 갖지 않는 듯 보였던 마 선생의 숨은 진가는 드디어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의 교육방침은 아이들을 변화시켰고, 성장하게 했다. 쉽사리 해결될 수 없었던 문제아까지도 진정한 이해가 바탕이 된 마 선생의 진심에 반응했다. 이를 연기하는 고현정의 연기력은 단연 돋보였다. 표정이 없는 듯 보이지만, 미세하게 변화하는 감정을 그려내는 표현력과 감정 과잉 없이 절제된 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도리어 울컥 눈물을 쏟게 만드는 단단한 힘이 있었다.
반전이 있는 고현정의 매력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여왕의 교실'이 마지막까지도 기대감을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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