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의 진풍경, '북한' 아닌 '북측' 女 축구대표팀 이야기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7.19 18: 22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이 아닌 북측 여자축구대표팀으로 불러주십시오."
긴장감이 돌았다. 8년만의 방한과 경색된 남북관계가 주는 긴장감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명칭 하나부터 질문의 내용 하나까지 모두 엄격했고, 통제되는 느낌이었다. 8년만에 한국을 찾은 북한 아닌 '북측' 여자축구대표팀의 기자회견은 그런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 출전하는 북측 여자축구대표팀이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광웅 기술감독과 선수대표 김성희가 참석해 대회에 임하는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김광웅 기술감독이 이끄는 북측 여자축구대표팀은 베이징을 경유해 지난 1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북측 여자축구대표팀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05년 한국에서 열린 제2회 대회 이후 8년 만이며, 2008년 중국에서 열린 제3회 대회에 참가한 후 5년 만에 동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셈이다. 최근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관계 경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동아시안컵이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쉽게 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인터뷰 없이 침묵 속에 입국한 북측 여자축구대표팀은 국가 명칭부터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이 아닌 '북측 여자축구대표팀'으로 불러줄 것을 주문했고, 기자회견 중간 취재진이 '북한'을 실수로 언급하자 통역이 단칼에 "북측이라 불러달라"고 지적했다. 남북간의 정세와 관련해 한국을 방문하게 된 소감을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에는 긴 침묵 끝에 "축구를 하러 왔다"는 한 마디로 답변을 끝냈다.
그러나 자신감만큼은 그 어느 팀에 지지 않았다. "우리 팀 수준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 나라에서도 (여자축구에 대해)관심이 크다"며 자부심을 보인 김 기술감독은 "우리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우승을 예상한다"며 8년 만에 찾은 한국 땅에서 우승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8년만의 방한이라는 진풍경 속 미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 북측 여자축구대표팀이 보여줄 경기력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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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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