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포항인지, 잠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화끈한 팬심에 힘입어 올스타전을 점령한 LG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막강한 세를 과시했다.
올 시즌 호성적을 이어가며 가을잔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LG는 올해 올스타전 웨스턴리그 선발 자리를 독식했다. 선발 선수들은 팬 투표로 결정되는데 워낙 막강한 팬들의 지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포수 부문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현재윤이 부상으로 결장하지 않았다면 이날 웨스턴리그 선발 전원이 LG 선수들로 채워질 수도 있었다.
이런 LG의 기세는 포항구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웨스턴리그 선발로 등판한 레다메스 리즈는 1이닝 퍼펙트로 기세를 올렸다. 선취점은 김용의의 손에서 나왔다. 이날 박병호(넥센) 김태균(한화) 등 쟁쟁한 선수들을 밀어내고 선발 1루수로 출전한 김용의는 2회 1사 1루에서 이스턴리그 선발 송승준(롯데)의 직구를 받아 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때려냈다.

많은 LG팬들도 선수들을 보고자 먼 포항을 찾았다. 경기 전부터 적지 않은 LG팬들이 경기장 근처에 집결하더니 경기가 시작되자 3루측 관중석 일정 부분에 자리를 잡고 열띤 응원을 펼쳤다. 선수들의 응원가를 부르며 관중들의 응원을 유도했다. 앰프가 아닌 육성으로 잠실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상대적으로 위치가 가까워 포항을 찾기 용이했던 삼성이나 롯데팬들의 기에 눌리지 않았다는 모습이었다.
이날 LG 선수들 중 9회 마지막 수비까지 자기 포지션을 지킨 선수는 1루수 김용의, 유격수 오지환, 3루수 정성훈, 좌익수 정의윤이었다. 그리고 이진영 정의윤 정성훈 김용의 오지환이 안타를 신고했다. 선발 리즈는 1이닝 무실점, 9회 등판한 '최다득표자' 봉중근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웨스턴리그는 2-1로 앞선 7회 전준우(롯데)에게 역전 2점포를 맞고 주저 앉으며 지난해에 이어 2연패를 기록했다. LG팬들에게는 마지막 아쉬움이었다.
skullboy@osen.co.kr
포항=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