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이라고 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프로 선수가 아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19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마친 뒤 이처럼 의미있는 한마디를 했다. 류 감독은 "양 팀 선수들 모두 승패를 떠나 열심히 해준 것에 대해서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승부를 떠나 재미만 추구한 올스타전 경기가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재미보다 승부에 집중한 것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올스타전은 승부를 떠나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했다. 거포 이대호를 1번타자로 기용하고, 좌익수로 수비를 바꾸는 파격으로 팬들에게 쉽게 볼 수 없는 재미를 줬다. 그러나 재미에 집중하는 사이 올스타전의 승부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투수들은 힘을 아끼며 던졌고, 타자들도 이른 카운트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경기 초반부터 투수들은 강속구를 뿌리며 전력투구했다. 1회초부터 웨스턴리그 선발 레다메스 리즈는 150km 강속구를 뿌리며 온힘을 다했다. 전준우는 3회초 첫 타석에서 8구까지 끈질기게 승부하더니 5회초에는 2루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8회초 박진만은 상대 수비가 빈틈을 보인 사이 1루에서 2루까지 내달려 한 베이스를 더 진루했다.
수비에서도 양 팀 선수들이 어느때보다 집중력을 발휘했다. 1회말부터 웨스턴 리그 중견수 박용택이 최정의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했고, 4회말 2사 2루에서는 이스턴리그 3루수 최정이 러닝 스로로 아웃시켰다. 이스턴리그 중견수로 교체 출장한 이종욱은 8회말 박병호의 펜스 앞 큼지막한 타구 쫓아가 점프캐치, 포항구장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스턴리그의 마무리투수 오승환은 150km 강속구를 전력으로 뿌리며 경기를 끝냈다. 오승환은 "보통 올스타전에서는 경기 초반에는 설렁설렁 하다 경기 후반부터 1~2점차가 되면 다들 승부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지난 몇 년과 달리 경기 초반부터 양 팀 선수들이 공수에서 어느 때보다 집중하며 새로운 양상을 띄었다.
MVP를 차지한 이스턴리그 전준우는 "경기 전부터 선배들께서 경기를 꼭 이기자고 했다. 그런 말을 하면서 모든 선수들이 진지하게 경기에 임한 것 같다. 팬들이 진지한 모습을 원하고 그래야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이기기 위한 승부가 되다 보니 올스타전다운 그림 같은 플레이들이 속출했다.
2년 연속 이스턴리그 승리를 이끈 류중일 감독도 "올스타전이라고 해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프로 선수가 아니다. 양 팀 선수들 모두 승패를 떠나 열심히 해준 것에 칭찬하고 싶다"고 이날 경기에 대해 흡족해 했다. 류 감독부터 올스타전을 앞두고 파격을 주는 재미 있는 라인업 대신 최정예로 짜며 승리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류 감독은 "올해 성적에 따라 내년에 올스타 감독이 될지 코치가 될지는 모르겠다. 만약 감독이 된다면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금 3000만원 외에는 그 어떤 어드밴티지도 없는 올스타전. 어느 순간부터 몸을 사리며 승부보다 재미 위주로 변질되는 듯 했지만, 올해부터는 진지한 승부로 올스타다운 흥미진진한 승부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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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