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나혼자' 강타, 미처 몰랐던 1세대 아이돌의 허전함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07.20 08: 30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많이 쓸쓸했다.
가수 강타가 국내 가요사상 가장 뜨거웠던 팬덤을 가진 H.O.T 시절을 회고하며 쓸쓸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겼다.
그는 지난 19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소녀팬을 주제로, 그가 느끼는 허전함, 그리운 과거, 달콤하지만 씁쓸한 향수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내 뭉클함을 선사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소녀팬들로부터 굴욕을 당하는 일상을 공개했다. 그는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찾았으나 그 앞에 있던 소녀팬들은 모두 그에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모두 엑소의 팬이었던 것.
그는 MBC '쇼!음악중심'을 마치고 돌아온 엑소 멤버들에게 피자를 사주면서 또 한번 세월의 힘을 느껴야했다. 멤버 중 한명이 3살때 자신이 데뷔했던 것. 
어쩔 수 없이 '훈계'를 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도 발견했다. 그는 멤버들로부터 잠을 하루에 2~3시간 밖에 못잔다는 말을 듣고 "그래도 침대에 누울 수 있는 거 아니냐. 나는 일주일 내내 침대에 누워서 자본적이 없었던 적도 있었다"로 시작해 "무대 처음 섰을 때 그 마음 잊을 수 없지 않느냐" 등의 말을 하며 홀로 열변을 토했다.
그는 또 "힘들겠지만 작곡이라던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워야 된다. 남들보다 덜 자고 해서 그런게 쌓이면 너희 재산이 되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계속 했으나, 멤버들은 피자를 먹는 데에만 집중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금의 엑소도 대단했지만, H.O.T가 월등했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그는 차 안에서 매니저와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 때는 오프라인 시대여서 새벽에도 백 명씩 팬들이 왔었다. 그런데 집앞에 팬들이 안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매니저가 SNS에 행선지를 예고하라고 하자 그는 "SNS에 내 행선지도 올렸는데 안오면 어떡하냐. 옛날엔 이런 고민 안했는데, 데뷔했을 때가 생각난다"며 '전사의 후예'를 틀어 옛 회상에 잠겼다.
본가로 간 그는 예전 팬들의 흔적과 더 가까이 마주해야 했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왜 앨범을 안내느냐는 질문을 받고 "앨범 냈을때 나에 대한 집중도가 예전같지 않다. 옛날에야 걱정 없이 냈지"라고 매우 솔직하게 말하며, 적지 않은 고민의 깊이를 드러냈다.
그는 2008년 이후 앨범을 내지 않은 상황. 예전에 팬들이 선물로 준 강아지도 그대로 키우고 있는 그는 본가에서 자신의 첫 자작곡 '빛'을 작업한 작업실을 공개하고, 아직 간직하고 있는 팬들의 선물과 방송국 트로피도 공개했다. 또 H.O.T 활동 시절을 담은 영상을 보면서 "신인땐 다 똑같은가봐. 내가 말하는 게 엑소랑 똑같네"라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당시 화면을 보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추억에 잠기기도 하는 그의 모습은 천천히 조용한 일상에 익숙해져가야 하는 1세대 아이돌들의 적지 않은 고민과 씁쓸함을 대변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1세대 아이돌 스타들이 신비주의를 벗고 장난스레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곤 하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로 보여주는 일상의 쓸쓸함은 더했다.
강타는 이후 인터뷰에서 '나혼자 산다' 녹화일을 회상하며 "옛날엔 재밌었지, 라고만 생각하고 지금과 비교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날은 괜히 그때로 돌아가보고 싶고, 허전한 생각이 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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