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SBS ‘정글의 법칙 in 히말라야’(이하 정글의 법칙)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달 동안 인간 한계를 극복하는 의미 있는 도전들이 이어졌지만 앞서 시즌에서 보여줬던 생존의 법칙은 찾기 어려웠다.
벵갈 호랑이를 포착하기 위한 며칠 동안 밤잠 못자고 차마고도 트레킹을 하고 히말라야에서 고산병으로 고생하는 등 다양한 도전을 했지만 ‘정글의 법칙’에서 마치 원시인처럼 스스로 사냥해 식사를 해결하고 집을 만들고 불이 나오지 않는 곳에서 불을 만들고 물이 없는 곳에서 물을 퍼 올리는 모습은 없었다.
병만족이 벵갈 호랑이를 보기 위해 네팔 바르디아에 입성했을 당시 안정환, 노우진, 김혜성, 정준이 물고기를 잡고 김병만이 새우낚시를 하는 것 외에는 식량을 준비하는 걸 볼 수 없었다. 병만족은 부족한 식량을 제작진과 거래를 통해 얻거나 모두 제작진으로부터 제공받아 배고픔을 채웠다.

물론 히말라야가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곳이긴 하나 ‘시베리아 편’에서 험난한 환경에 먹을 것이 없자 김병만이 툰드라닭을 잡기 위해 강물에 뛰어들기까지 하고 몇 십 분의 추적 끝에 툰드라닭을 사냥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히말라야 편’에서는 식량을 구하기 위한 고군분투가 사라졌다.
제작진이 라면부터 시작해 닭과 밥까지 병만족에게 전달했고 최종회에서는 병만족이 염소를 구워먹다가 누린내 때문에 고추장볶음 요리를 할 수 있는 재료들을 부탁하자 이를 거절하지 않고 쉽게 내줬다. 이전까지만 해도 제작진은 병만족에게 라면 스프 하나 주는 것도 오랜 고민 끝에 줬지만 이번에는 시청자들이 ‘이렇게 쉽게 줘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더욱 아쉬웠던 건 병만족이 재료만 받고 야외에 피워놓은 모닥불에서 요리를 했으면 했지만 베이스캠프에서 모든 걸 해결한 장면이었다.
이뿐 아니라 ‘정글의 법칙’의 백미 중 하나인 불 피우는 것도 볼 수 없었다. 병만족은 그동안 파이어스틱으로 불을 만들려고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에서 재미를 자아냈지만 ‘히말라야 편’에서는 병만족이 어느 순간 모닥불 앞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사냥과 불 피우기 등 ‘정글의 법칙’에서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모습들이 사라진 것. 무엇이든지 기본에 충실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능프로그램 또한 마찬가지. ‘정글의 법칙’이 ‘정글에서의 생존’이라는 기본 취지에서 벗어났을 때 시청자는 실망하고 아쉬워한다.
‘히말라야 편’은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지 못했지만 ‘정글의 법칙’은 오는 26일 카브리해의 벨리즈로 떠난 ‘정글의 법칙 in 캐리비언’ 첫 방송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방송말미 보여준 예고편은 ‘아마존 편’, ‘마다가스카르 편’과 ‘바누아투만 편’을 연상케 했다.
‘다시 돌아온 화끈함과 치열함’이라는 자막에 이어 병만족이 바다에 나가 힘들게 생선을 잡고 토네이도와 싸우는 내용을 공개하고 멤버들의 코믹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며 ‘예능감을 되찾았다’ 등의 자막을 넣어 기대감을 갖게 했다.
새로운 시즌 ‘캐리비언 편’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제작진과 병만족.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족시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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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정글의 법칙’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