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올스타전] ‘페이소스’ 담겼던 2013년 별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7.20 08: 30

군팀 테스트에 합격하지 못해 현역병 입대로 2년 간 야구를 떠나 있던 타자의 홈런포.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 연습생으로 입단했던 투수의 승리. 그리고 치명적인 병을 이기고 온 올스타전 패전투수. 2013년 포항에서 열린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불운을 이긴 선수들의 활약이 있어 더 값졌다.
19일 올스타전서 삼성-SK-두산-롯데로 이뤄진 이스턴팀은 전준우의 역전 결승 투런에 힘입어 KIA-넥센-LG-한화-NC가 모인 웨스턴팀에 4-2 역전승을 거뒀다. 최우수선수(MVP)로는 전준우가 꼽혔고 승리 투수 오현택(두산)이 우수투수. 선제 투런을 때려내며 분전한 LG의 김용의가 우수타자상을 받았다.
이날 경기 내용만 보면 의외로 타선이 터지지 않고 투수들의 활약이 빛나 팬들이 보기 다소 맥이 빠지는 모습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다르다. 야구 인생의 위기를 이기고 꿈의 제전에 참여한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⅔이닝을 탈삼진 1개 포함 퍼펙트로 막아내며 승리 투수가 된 오현택은 장충고-원광대를 거치며 그 어떤 팀에도 선택받지 못했던 투수였다. 스리쿼터 투구폼으로 좋은 제구력을 갖췄으나 최고구속이 138km에 불과,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의 어머니는 “열심히 하고도 빛을 못 봐 많이 안타까웠다”라며 오현택이 빛을 못 보던 시기를 돌아보았다.
입단 후 오현택은 권명철 투수코치의 권유에 사이드스로로 전향한 뒤 2010시즌이 끝난 후 상무 입대했다. 더욱 믿음직한 남자이자 아버지로 돌아온 오현택은 뛰어난 무브먼트와 제구를 자랑하는 두산 필승 계투가 되었다.
뿐만 아니다. 2회 송승준(롯데)으로부터 선제 우월 투런을 때려낸 김용의는 2008년 두산 입단 후 1년도 되지 않아 LG로 트레이드된 뒤 2009시즌 후 상무 입대를 노렸으나 테스트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김용의는 군입대를 미루지 않고 현역병으로 입대, 의장대에서 복무했다. 야구와는 완전히 거리를 둔 2년이었다.
그러나 또치는 일어났다. 전역 후 첫 훈련부터 근성을 비추며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시선을 사로잡은 김용의는 지난해 멀티 플레이어로 가능성을 비춘 데 이어 이제는 LG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했다. 뛰어난 컨택 능력의 잠재력은 물론 숨겨져 있던 야구 센스를 출장 기회와 함께 신기루가 아닌 실제로 끌어올린 김용의의 투지가 빛난 2013년이다.
비록 역전 투런을 얻어맞으며 올스타전 패전 투수가 되었으나 송창식의 야구 인생도 보석만큼 값지다. 2004년 세광고를 졸업하고 2차 1라운드로 입단, 첫 해 8승을 거두며 미래의 에이스로 주목 받았던 송창식은 팔꿈치 부상에 이어 버거씨병 판정을 받으며 은퇴를 결심하고 한 때 선수 생활의 끝을 고했던 아까운 유망주였다. 그러나 모교 코치로 재직하며 연습경기에도 나서다 구위가 살아있음을 느낀 송창식은 불굴의 노력을 통해 한화에 재입단했다.
2010년부터 1군에서도 조금씩 공을 던지며 생존 가치를 스스로 확인한 송창식은 올 시즌 한화에서 고생하는 마무리다. 그런데 그 고생은 반대로 생각하면 송창식의 선수로서 가치가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한다. 현대 야구와 맞지 않는 긴 이닝 세이브도 많아 그 여파로 고생하고 있다. 어렵게 야구 인생을 이어가는, 그러나 올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걸출한 만큼 송창식의 공 하나하나는 애잔하다. 팬들이 송창식을 미워하지 못하는 이유다.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삶은 소중하다. 그리고 누구나 화려하고 평탄한 길을 걸을 수는 없다. 그 과정 속 불굴의 의지로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누구나 뽐내지 못하는 자신의 장점을 세상에 포효했을 때 그들은 분명 박수를 받을 가치가 있다. 페이소스 가득한 이들의 올스타전은 출장 그 자체만으로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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