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방극장의 화제작은 뭐니 뭐니해도 '꽃보다 할배'와 '아빠 어디가' 아닐까. 두 편은 '여행을 관찰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뿌리를 가졌다. 그 외에는 어떤 공통점도 없지만 각각 아이들과 할아버지라는 신선한(?) 주인공들을 전면에 내세워 나란히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스타의 자녀들이, 연기 외길 50년의 노년 배우들이 이렇게까지 핫해질 줄이야. 방송가 안팎에서 두 프로그램을 놓고 '예능의 패러다임을 바꿔놨다'고 평가하는 요즘이다.
민국아, 아빠랑 여행가니까 너무 좋지?
MBC '일밤-아빠 어디가'는 성동일, 김성주, 이종혁, 송종국, 윤민수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 중인 연예인 아빠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함께 여행을 떠나 추억을 쌓는 모습을 담아낸다. 올해 1월 첫 방송됐으니까 이제 반년을 넘겼고 그 사이 아빠도 아이들도 부쩍 달라지고 자라난 느낌. 성동일의 아들 준, 김성주의 아들 민국, 이종혁의 아들 준수, 송종국의 딸 지아, 윤민수의 아들 후는 이제 어떤 아역 스타들보다도 유명한 아이들이 됐다. 정식으로 연예계 데뷔를 한 것도 아닌데 방송 전후 포털 검색어를 장악하고 일거수 일투족이 기사화되는 등 온라인에서의 인기 지수가 최고조다.

연예인이란 직업 때문에 평범할 수 없는 아빠들, 그리고 너무나 바빴던 아빠들과 2주에 한 번씩 여행을 다닌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던 아이들이다. 성동일을 비롯한 아빠들은 방송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아빠 어디가'에 고정 출연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점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은 바 있다. 아직 방송에 대한 이해가 없는 아이들은 카메라 앞이란 인식 대신 우리 아빠, 친한 삼촌, 정다운 친구들과 산으로 계곡으로 놀러다니는 상황 자체를 온전히 즐기는 모습. 아빠들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더없이 유익한 시간이란 얘기다.
결국 아빠들과 아이들의 자연스럽고 유쾌한 그 시간을 지켜보는 재미가 '아빠 어디가'의 인기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아빠와 손잡고 뛰놀고 부둥켜 안고 잠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 혹은 공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아빠 어디가'에 대한 절대적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구야형과 직진순재형, 그리고 서지니
tvN '꽃보다 할배'는 KBS '1박2일' 출신 나영석 PD의 '촉'이 제대로 먹힌 프로그램이다. 전작을 통해 리얼 로드 버라이어티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한 나 PD는 주체를 노년의 배우들 아니, 주위에 흔한 할아버지들로 바꾸는 것을 시작으로 전혀 새로운 예능을 창조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대한민국 TV 드라마에서 수십년동안 봐왔던 노년의 배우들이 난생처음으로 함께 여행을, 그것도 유럽 배낭여행을 간 모습을 엿보는 재미는 상상이상의 쾌감이다. 방송 3회 만에 직진순재, 구야형, 백심통 등 다양한 캐릭터가 구축됐고 평균 연령 76세 할배들의 울림 있는 메시지가 쌓인다.
거기에 '짐꾼'으로 합류한 이서진의 예측불가 매력도 큰 몫을 해낸다. 당초 어르신들의 '원활한' 외국 여행을 위해 '보조' 느낌으로 투입한 짐꾼의 존재는 실전에 이르러 제작진의 기대를 뛰어넘는 위력을 발휘했다. 이는 화면을 보는 시청자들에게까지 전달되며 할배들의 여행기 속 깨알 같은 관전 포인트로 수용되고 있다.
이상한 나라에 간 흔한(?) 노인네들과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서지니의 버라이어티한 이야기와 그림은 리얼 버라이어티와 토크쇼 일색이던 예능가에 새바람으로 불었다. 이를 관찰하는 나 PD와 카메라는 꾸밈없이 담백한 날 것의 매력을 브라운관에 옮겨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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