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을 강조한 홍명보호의 스타는 홍명보 자신이었다.
한국은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선수권대회에서 호주를 맞아 0-0으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데뷔전에서 비기며 아쉽게 첫 승 기회를 다음경기로 넘겼다.
유럽파가 모두 제외된 대표팀에는 사실 이렇다 할 스타플레이어가 없었다. 2002년 4강의 주역인 노장 이동국과 김남일도 제외됐다. 대표팀은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파격적으로 기용됐다.

11명의 선발선수가 전광판에서 소개될 때 관중들은 큰 함성으로 보답했다. 하지만 가장 큰 환호성을 얻은 인물은 바로 홍명보 감독이었다. 홍 감독의 모습이 비춰질 때마다 그라운드가 술렁였다. 그만큼 국민들의 믿음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모습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벤치에 앉아 경기를 관전했다. 간혹 한국이 득점 위기를 맞을 때는 직접 그라운드에 서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30도의 덥고 습한 날씨에도 홍 감독은 정장상의에 넥타이까지 갖추고 끝까지 위엄을 보였다.
후반전 득점이 터지지 않자 홍명보 감독은 염기훈과 김신욱을 투입했다. 염기훈은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며 부지런히 측면을 파고들었지만 결국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비록 결실을 보지 못했지만 시의적절한 선수교체였다는 평가였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선수교체에 대해 “교체한 윤일록과 고요한 모두 잘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은 K리그참가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음 경기도 있으니까 지친 모습을 보고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데뷔전 무승부가 가진 의미에 대해 홍 감독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중요치 않다. 우리 선수들과 2~3일 보낸 시간이 훌륭했다. 훈련에서 보여준 성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며 선수들을 먼저 챙겼다.
호주전의 가장 큰 소득은 한국축구가 신뢰를 되찾았다는 점이다. 단 한 경기지만 홍명보 감독은 특유의 색깔을 보여주며 축구팬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기 후 홀거 오지크 호주 감독은 “상대감독을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축구가 미래에 더 강해질 것이란 사실은 안다”며 홍명보 감독의 데뷔전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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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이대선, 곽영래 기자 sunday@osen.co.kr,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