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수 21개, 득점 0점
한국축구가 달라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 아시안컵 축구선수권 호주전에서 0-0으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아쉽지만 홍명보 감독의 데뷔전에서 극적인 승리는 없었다.
내용에선 한국의 압승이었다. 한국은 초반부터 공을 점유하며 허리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포항의 엔진’ 이명주와 ‘서울의 캡틴’ 하대성 콤비는 활동량과 점유율에서 호주를 압도했다. 윤일록, 이승기, 고요한의 2선 침투도 돋보였다.

중원을 장악한 한국은 2선으로 침투하는 선수의 앞 공간에 적절한 침투패스를 찔러줬다. 공의 속도를 죽이지 않은 채 좌우에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날아들었다. 10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축구, 바로 홍명보 감독이 구상했던 한국형 축구의 밑그림이었다. 불과 지난달까지 크로스도 제대로 못 올리는 ‘뻥 축구’의 오명을 뒤집어썼던 한국축구가 확 달라졌다. 홍명보 감독은 합숙훈련 불과 48시간 만에 대표팀의 스타일을 확 바꿨다.
하지만 답답하게 바뀌지 않은 점도 있다. 바로 한국축구의 고질병인 골 결정력 부족이었다. 원톱으로 나선 김동섭은 문전 볼 처리나 슈팅타이밍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수비수를 의식한 나머지 지나치게 빨리 찬 슈팅은 조준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반면 완벽한 찬스를 노린 공은 수비수의 발에 걸렸다. 아무래도 이동국, 박주영과는 완숙미와 기량에서 많은 차이가 느껴졌다.
이날 한국이 시도한 슈팅은 무려 21개였다. 반면 호주의 슈팅은 단 5개였다. 한국의 코너킥 찬스는 13번이나 있었다. 호주의 코너킥은 후반전 단 한 번에 그쳤다. 이렇게 일방적인 경기였다면 적어도 세 골 이상은 뽑았어야 했다. 골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반전 김영권이 절묘하게 구석으로 찬 프리킥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전 왼발잡이 염기훈의 오른발에 슈팅이 걸렸다. 공은 포스트바를 때리고 튀어나왔다.
골을 만드는 과정은 나무랄 데 없었다. 특히 압박을 이용한 점유, 속도를 죽이지 않은 전진패스는 홍명보호 특유의 색깔이었다. 하지만 골이란 최종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횡패스 위주 공격전술에 대해 “오늘 경기에 나오기 전 선수들에게 최대한 볼 트래핑이나 패스를 공격적으로 하자고 했다. 상대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포지션에서 공을 주고받자고 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다만 골 결정력에 대해선 “물론 많은 찬스에서 선수들이 골을 못 넣었다. 그래도 충분히 잘했다. 선수들이 훈련성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남은 기간에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홍명보호는 겨우 48시간 동안 손발을 맞추고 나왔다. 짧은 준비기간을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기력이었다. 반면 번번이 골대를 외면하는 슈팅에 답답함이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앞으로 대표팀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마무리능력 역시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희망을 봤다. 홍명보 감독은 축구팬들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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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 =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