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함'
첫 경기서 홍명보 감독은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대이상이다.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과정은 나쁘지 않았다. 모두 감독의 의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경기에 임했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취임 일성에서 "1년 전의 실력과 경기력, 1년 후의 경기력 등 모든 것을 체크해서 그 선수들을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의 능력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가능성도 파악하겠다는 의지였다.

호주와 경기는 K리그 출신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 등 J리그 출신 선수들도 있지만 주력은 모두 K리그였다. K리그 선수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야 했다. 해외파가 합류하기전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서 가장 안정적인 포지션은 수비라인. 홍정호(제주)-김영권(광저우)의 중앙 수비진은 탄탄한 능력을 선보였다.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만들어지지 못했지만 어린시절부터 발을 맞췄던 둘은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높이면 높이, 스피드면 스피드 등 호흡이 잘 맞았다.
또 측면 수비진도 안정적이었다. 김진수와 김창수는 적극적인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내 선수들이 중심인 공격진과 미드필드 진영이었다. 비록 최전방 공격수 김동섭(성남)이 결과물을 얻어내지 못했지만 열심히 뛰었다. 호주의 수비에 막혀 흔들리며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역할을 100% 해내지 못했지만 김동섭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공격을 펼쳤다.
또 이와함께 윤일록(서울)-이승기(전북)-고요한(서울)의 공격진은 빠른 움직임으로 호주 수비진을 괴롭혔다. 후반에 교체 투입된 염기훈(경찰청)또 마찬가지였다.
주장 하대성(서울)은 선수들이 열심히 뛴 이유를 설명했다. 모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의 이야기가 K리그 선수들의 의지와 같았다. 하대성은 "폭넓은 활동량을 선보인 이유는 간단하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면서 "국내선수들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더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한 그는 K리그 대표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노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비록 호주가 1.5군 정도의 전력이었지만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일단 해외파가 합류한다면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파들이 공격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뛰었다.
윤일록과 교체되어 그라운드에 나선 염기훈은 "감독님께서 특별한 것을 주문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왼발을 주로쓰는 염기훈은 슈팅 기회가 오자 오른발로 골대를 맞추기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선을 다해야 했기 때문이다.
바로 절실함이 호주전서 선전을 펼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최선을 다해야 자신도 대표팀서 선택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을 차지하고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원동력은 K리거들의 절심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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