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도’, 밑도 끝도 없는 B급 개그의 ‘귀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7.21 09: 02

명분 없는 무리수 개그가 난무했지만 오히려 반가웠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밑도 끝도 없는 상남자 매력 대결로 초창기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던 B급 개그를 만날 수 있는 방송을 마련했다.
‘무한도전’은 지난 20일 ‘완전 남자다잉’ 특집으로 뜬금 없이 멤버들의 정력(활력) 순위를 매겼다. 7명의 멤버들의 활력 순위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후 펼쳐진 몸개그가 가능한 체력 대결이 더욱 흥미진진했다.
이날 멤버들은 스킨을 얼굴에 바르는 소리를 재거나 못을 박는 속도를 겨뤘다. 또한 타이어를 타고 물을 건너가는 등의 웃음꽃 유발하는 대결을 펼쳤다. 당연히 물에 빠지고 못생긴 얼굴이 더욱 빛이 나는 몸개그는 수반됐다.

없는 수염을 그리고 찢어진 티셔츠를 입으며 대형 생수통을 들고 등장하는 등의 모습은 섹시한 터프가이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 대형 소시지를 우걱우걱 먹는 노홍철이나 분노의 양치질을 하는 유재석, 부상 때문에 ‘먹는 방송’ 외에는 할 게 없다며 포도송이를 먹어치우는 정준하까지. 이날 ‘무한도전’은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이 쏟아졌다.
얼굴에 덕지덕지 묻힌 상남자 화장은 진하다 못해 심지어 더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예상대로 이날 방송은 상남자 대결이 아닌 ‘무한도전’이 사랑하는 코믹 분장과 몸개그 대결에 가까웠다.
처음부터 마초가 되겠다는 명분은 중요하지 않았다. 열심히 뛸수록 팔과 다리가 분리되는 여자 마네킹을 데리고 상남자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못난 ‘몸뚱아리’를 가진 멤버들의 모습은 웃음을 안겼다. 여기에 제작진의 1980년대 전쟁영화를 보는 듯한 의도적인 촌스러운 편집과 손발 오그라드는 진지한 자막은 웃음을 더하는 장치였다.
이른바 품격 없고 명분 없는 밑도 끝도 없는 B급 개그의 향연이었다. 새해를 맞아 목욕탕에서 때를 밀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보편적인 웃음 코드와 거리가 먼 저급 개그를 펼치기도 했던 ‘무한도전’의 초창기 모습과도 가까웠다. 동시에 대중성과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는 마니아적인 요소를 현명하게 오고가는 ‘무한도전’의 8년 구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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