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맨' 류택현의 깨달음과 LG 야구론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7.21 09: 45

2013시즌 리그 최고의 좌완 릴리프는 LG 류택현(42)이다.
류택현은 34경기 17⅔이닝 동안 12홀드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하며 LG 철벽 불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5월 19일 1군 복귀 후 33경기 13⅓이닝을 던지며 1.35 11홀드로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심지어 지난 16일 사직 롯데전에선 통산 최다 118홀드까지 달성, 투수 최다경기 출장(875경기)과 더불어 한국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쓰는 중이다.
대기록을 세운 다음날 류택현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담담했다. 기록보다는 팀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는 이유를 하나씩 밝혔다.

“기록은 어차피 깨지기 마련이다. 가장 기쁜 것은 나이 마흔셋에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수술했을 때만해도 이렇게 돌아오리라 확신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켜야할 것은 최대한 지키자고 마음먹었다. 정한 일을 100%는 못해도 70, 80%는 해왔다. 매일 규칙적으로 움직였고 시즌 중 술은 피했다. 사람인지라 술 생각이 날 때가 있다. 그래서 원정 때는 숙소에서 아예 안 나간다. 술 때문에 리듬이 깨지고 악순환이 일어난다.” 
이어 류택현은 은퇴 위기를 극복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지난해 김기태 감독으로 인해 전지훈련에 참가한 순간, 올 시즌 초반 2군에서 1군으로 올라오기 위해 땀 흘린 순간들을 회상했다.
“베테랑의 경우 실력 하나 만으로 오래 뛸 수는 없다. 나 같은 경우는 감독님을 잘 만났기 때문에 지금까지 뛰고 있는 것이다. 김기태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선수로서 경쟁력 또한 갖춰야한다. 올 시즌 초반부터 2군으로 내려갔는데 당시 ‘신의 한 수’가 필요했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어깨가 굳었다고 진단했고 어깨 유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을 알아봤다. 체조를 많이 했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구위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류택현은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냉정하고, 매 순간을 집중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려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야구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야구를 할 때면, 힘들었을 때를 돌아본다. 사람이기 때문에 방심할 수는 있다. 그래서 방심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채찍질한다. 야구공을 내려놓는 그날까지 야구 앞에서 겸손할 것이다. OB 입단 당시 이런 마음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늦게라도 깨우쳐서 다행이다.”   
류택현은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류택현은 마운드 위에서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구위가 아닌, 어떤 마음을 갖고 타자와 상대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후배들에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보통 투수들은 볼카운트가 2B0S 혹은 2B1S만 되도 볼넷을 걱정한다. 하지만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하던 대로 하면 불리한 볼카운트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다음에 던질 공 한 개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가진 공 이상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류택현은 올 시즌 LG가 지난 20년 동안 경험한 팀 중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투수진과 야수진 모두 탄탄하며 팀 운영 또한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0년을 프로에서 뛰었는데 2013시즌의 LG가 가장 강한 팀인 거 같다. 엔트리 26명 중에 빠질 선수가 없다. 또한 이 선수들이 적시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대타로 이병규나 이진영이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나. 올 시즌 우리 팀은 인기 드라마 같다. 아역 탤런트들이 시청률을 올려놓고 주역이 나와 시청률을 유지시키듯, 시즌 초 어린 선수들이 활약하다가 베테랑들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그만큼 팀이 잘 굴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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