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를 좀 보태 LA 다저스에 새로운 4할 타자가 탄생했다. 간판 타자인 핸리 라미레스도, 신성인 야시엘 푸이그도 아니다. 바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투수’ 잭 그레인키가 그 주인공이다.
그레인키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7피안타 3탈삼진 1실점했다. 비록 팀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는 데는 실패했으나 상대 타선을 막아내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그런데 투구 내용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방망이 솜씨였다. 투수 중에서는 최정상급 방망이를 자랑하며 대타 카드로 활용되기도 했던 그레인키는 이날 2타수 2안타(2루타 1개)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위용을 뽐냈다. 내셔널리그 최정상급 투수인 지오 곤살레스를 상대로 3회 2루타를 쳐낸 그레인키는 5회에도 안타를 추가하며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날 다저스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선수는 라미레스와 그레인키 둘뿐이었다.

이로써 그레인키는 올 시즌 자신의 타율을 4할6리까지 끌어올렸다. 출루율은 4할8푼6리, 장타율은 4할6푼9리에 이른다. 39타석에서 기록한 성적이라 투수치고는 표본이 아주 적다고도 할 수 없다. 평소 타격에도 강한 욕심을 드러내는 그레인키의 의지가 훌륭하게 드러나는 성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꿈과 같은 ‘4할 투수’ 가 탄생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다. CBS스포츠는 베이스볼레퍼런스의 자료를 인용, 1916년 이후 30타수 이상에서 4할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7명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중 5명은 1940년대 이전의 선수들이고 그 이후로는 루이스 티안트(1970년·4할6리), 알렌 왓슨(1995년·4할1푼7리)이 30타수 이상에서 4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그레인키가 왓슨 이후 18년 만에 ‘4할 투수’의 전설을 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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