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하늘에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걸렸다.
2013 동아시안컵 축구선수권이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이목이 집중된 경기는 단연 한국과 북한의 여자부 경기였다. 북한은 지난 2005년 동아시안컵 이후 무려 8년 만에 서울을 방문했다.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이 대립한 민감한 시기에 대회가 열려 정치·외교적 관심까지 집중된 경기였다.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대한축구협회는 다른 경기보다 배 이상 신경을 곤두세웠다. 북한 측에서는 ‘지도원’이라고 불리는 여자경호원이 계속 북한선수들을 따라다녔다. 한국 취재진이 북한 선수단에게 다가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한국에서도 검은색 정장차림의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통일부에서 나온 관계자들이었다.

북한에서는 39명 규모의 응원단이 파견됐다. VIP 2명도 선수들을 격려하고 경기를 참관했다. 주최 측은 남북의 응원전이 과열될 것을 우려해 선수단의 좌석배치에도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전 몸을 푸는 북한선수들의 표정은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한국 선수들은 흘러나오는 팝송을 따라 부르는 등 분위기가 자유로웠다. 반면 북한 선수들은 묵묵히 훈련을 소화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남과 북을 구분했다. 경기 전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입장했다. 이어 국가가 연주됐다. 애국가가 울릴 때 한국선수들이 가슴에 손을 얹었다. 북한은 부동자세였다. 관중들은 한반도가 둘로 나눠져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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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