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영화 '설국열차'가 마침내 철로에 오른다.
22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진행된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처음 베일을 벗고 그 경이로운 위용을 드러낸 '설국열차', 마침내 기나긴 질주가 시작된 느낌이다.
이 작품은 430억원이라는 역대 한국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국적불문 연기파 배우들을 캐스팅했으며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체코, 헝가리 등 다국적의 스태프를 투입해 만든 전세계 겨냥 글로벌 프로젝트다. 1986년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프랑스의 동명 SF만화가 원작.

지난 2004년 서울 홍대 앞 만화방에서 발견한 원작 만화 '설국열차'에 매료돼 시작된 봉 감독의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오랜 제작 기간과 제작비가 아깝지 않은 영상과 만듦새, 완성도를 보여준다. 또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고아성 등 영화에 등장하는 개성파 연기파 배우들이 '제 자리'에서 제 몫을 열연하며 봉 감독 연출의 감도를 더욱 높여주는 느낌.
실제 500여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기차 세트나 도합 1년 4개월간의 프리프로덕션, 200여명의 스태프 협업 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설국열차'는 초반 몇 장면만으로 웅장한 스케일과 남다른 그림을 자랑한다. 기차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액션신이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은 최대 백미.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나 만듦새를 논하기보다 결국 이번에도 들고 나온 '인간 탐구'라는 봉 감독의 주제가 과연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었는지에 포커스를 맞춰 볼 만하다.
봉 감독은 전작인 '마더', '괴물', '살인의 추억' 등 매 작품 제기했던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나름의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도무지 설 줄 모르고 활주하는 열차처럼 봉 감독의 인간 탐구는 '설국열차'에 이르러 또 다른 시선에서 치열하고 처절하다.
열차의 꼬리칸과 머릿쪽 엔진칸 사이 계급이 나뉘고 꼬리칸의 반란군들이 진격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 엔진칸 우월한 계급의 생존 질서는 날카롭다 못해 비장하다. 결국 엔진칸에 다다른 반란군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과연 유토피아일까.
인간과 인간이 서로 얽히고 충돌하고 생존하기 위해 벌이는 열차 속의 액션은 '괴물' 혹은 '마더', '살인의 추억' 속 그 어떤 때보다 더 극단적이고 긴박하다. 그래서 영화는 보는 내내 흥분을 늦추지 못하게 하고 다소 불편한 감정도 안게 만든다.
'설국열차'는 인류가 새로 빙하기를 맞은 후 노아의 방주처럼 남은 생존자들이 칸에 따라 계급이 나뉜 기차에 몸을 싣게 되는 배경에서 기차 안의 포로수용소 같은 맨 뒤쪽 칸의 지도자가 폭동을 일으켜 부자들과 공권력이 있는 앞쪽 칸을 향해 돌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미 북미와 유럽, 일본, 러시아, 남미 등 한국영화 역대 최다인 167개국에 선판매된 이 작품은 한국영화 최초로 북미에서 와이드릴리즈 개봉 예정이다. 8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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