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를 7위로 마친 SK가 절치부심하고 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자존심도 상할 만큼 상했다. 결국 후반기 대도약의 키는 팀이 가진 투지를 깨울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야수진의 ‘주축 3인방’인 정근우(31) 박정권(32) 김강민(31)의 활약상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반기를 34승39패1무(승률 .466)으로 마친 SK다. 7위에 처져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4위 두산과의 승차는 6경기다.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을 70승 정도로 예상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후반기 남은 54경기에서 최소 35승 정도는 거둬야 하는 SK다. 6할5푼에 가까운 성적을 거둬야 한다. 말 그대로 기적이 필요하다.
사정은 어렵지만 SK도 희망은 가지고 있다. 전반기 중반 이후 야수들이 살아나는 경향이 완연했기 때문이다. 팀 타율도 많이 올라갔다. 6월까지의 팀 타율이 2할6푼1리로 리그 8위였던 SK는 7월 9경기에서 팀 타율을 2할7푼7리(리그 5위)까지 끌어올렸다. 응집력은 과제로 남아있지만 전반기 내내 속을 썩였던 타선이 점차 살아나고 있음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근우 박정권 김강민이라는 주축 선수들의 대반등이 자리하고 있다.

세 선수는 부진한 시즌 초반을 보냈다. 타격 슬럼프가 길었다. 항상 ‘3할’을 기대하는 타자인 정근우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5월까지 2할5푼8리에 그쳤다. 박정권과 김강민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박정권은 5월까지 2할1푼3리, 2홈런에 머물렀고 김강민은 1할대 타율(.175)에 헤맸다. 주축들의 부진 속에 SK 타선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답답한 양상이 계속됐다.
하지만 6월 이후 대반등을 이뤄낸 세 선수 덕에 SK 타선도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 6월 이후 정근우는 타율 3할3푼3리, 4홈런을 기록했고 박정권은 타율 3할1푼4리와 7홈런, 31타점을 쓸어담으며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3할5푼7리의 맹타를 휘두르며 결승타 제조기로 거듭난 김강민은 같은 기간만 따지면 최정(.337)을 제친 SK 최고의 안타 제조기였다.
세 선수의 활약은 기록 외에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세 선수는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덕아웃 리더들이다. 이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리더십과 투지에 따라 팀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이만수 SK 감독도 이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감독은 “5월 마산 NC 3연전(5월 21일~23일) 이후 선수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여기서 희망을 찾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세 선수는 당시 무기력한 3연전 이후 가장 큰 반전을 만들어낸 사나이들이다.
팀 내에서 수행하는 몫도 경기 분위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정근우는 부동의 리드오프다. 얼마나 살아나가 그라운드를 휘젓느냐에 따라 SK의 득점력이 달라진다. 박정권은 해결사 몫을 해야 하고 김강민은 하위타선 및 외야 수비의 핵심이다. 말 그대로 팀의 뼈대를 이루는 중추들이다. 이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든든히 무게를 잡을 때 SK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투지의 대명사들인 이들이 팀의 가을본능까지 깨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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