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이야기가 비슷한 시점에 ‘또 한 번’ 터져 나왔다. 매년 이맘 때 반복되는 삼성화재의 위기론이 그 단골손님이다. 그러나 이를 6년 연속 극복해왔던 신치용(58) 삼성화재 감독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해왔던 방식으로의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력 변화가 적지 않다. 우선 오랜 기간 팀을 이끌어왔던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은퇴를 선언한 석진욱(현 러시앤캐시 코치), 그리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여오현이 아쉬운 이름들이다. 여기에 신으뜸은 FA로 영입한 이강주의 보상선수로 지명돼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었고 김홍정도 신생구단 러시앤캐시의 지명을 받아 팀을 떠났다.
여오현의 보상선수로 국가대표 출신 센터 이선규를 데려와 중앙을 보강했지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크다. 무엇보다 삼성화재 특유의 조직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수비 라인에서 궂은일을 담당하던 석진욱 여오현의 이적은 생각보다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당장 레프트 한 자리가 텅 비었다. 전 소속팀에서는 리베로 임무를 수행했던 이강주의 레프트 전환도 고려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날개 공격수 자원이 부족하다.

전력 보강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항상 정상권을 달렸던 성적 때문에 드래프트에서 후순위로 밀렸던 삼성화재다. 게다가 올해는 창단팀 러시앤캐시가 2순위부터 8장의 우선지명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그러다보니 삼성화재는 즉시 전력감을 뽑기 어려워졌다. 신치용 감독도 “우리는 14번째”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년 같았으면 3라운드 지명자에 큰 기대를 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취약 포지션을 만회하기 위한 트레이드도 물 건너갔다. 신 감독은 “다른 팀들이 삼성화재와는 트레이드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6년째 독주를 거듭하고 있는 삼성화재에 대한 견제다. 그 견제는 코트 위에서 더 맹렬해질 것이라는 게 더 큰 고민이다. 당장 외국인 선수 선발부터 삼성화재는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다.
20일 개막한 ‘2013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대회’(이하 컵대회) 조별예선 1차전에서도 무너졌다.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1-3으로 졌다. 신 감독은 “생각했던 것에 70%밖에 못했다. 별로 잘한 부분도 없다”며 혹평을 내렸다. 이어 신 감독은 “1·2세트 하는 것을 보니 기가 막히더라. 선수들이 훈련을 많이 하고 싶은가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대개 선수나 경기력 평가에 박한 신 감독이지만 이날 경기 후 발언의 강도는 평소보다 훨씬 더 셌다.
“이 멤버로 이끌어오는 것도 한계가 왔다”라고 한 신 감독이다. 드래프트에서 좋은 자원을 수혈하지 못하다보니 팀 전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그것이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 감독과 삼성화재는 항상 이런 위기론을 잠재웠던 경험이 있다. 해법은 강훈련에서 찾는다. 신 감독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는 것은 훈련 밖에 없다”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실제 삼성화재는 타 팀에 비해 걸출한 스타 선수들이 부족하다. 신 감독은 “우리 팀에 6번(드래프트 1라운드 마지막 순번을 지칭)이 아닌 선수는 거의 없다”라고 할 정도로 대학 때 에이스 임무를 수행했던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선수들을 촘촘히 엮어 시너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훈련이 있었다. 선수들의 남다른 투지와 책임감도 이런 훈련을 통해 만들어지곤 했다.
신 감독은 “예선을 잘 치러서 준결승과 결승에서 다시 해보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시선은 컵대회를 넘어 정규시즌으로 향하고 있다. 기존 선수들의 이탈로 다소 느슨해진 조직력을 다잡아 7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복안이다. 어쨌든 삼성화재의 남은 여름과 가을이 단내 나는 훈련 일정으로 채워질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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