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후반기 첫 경기부터 선발로 출격 지시를 받았다. 이긴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주일 동안 두 차례 승부처에 출격시킨다는 점은 그만큼 팀이 그를 믿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유희왕’ 유희관(27, 두산 베어스)은 어엿한 후반기 에이스로 신뢰를 얻고 있다.
두산은 23일 목동 넥센전 선발로 유희관을 예고했다. 전지훈련서 만일을 대비해 5선발 후보로도 훈련했으나 개막을 롱릴리프-원포인트릴리프로 보직으로 맞았던 유희관은 올 시즌 26경기 5승1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2.33(2위)을 기록 중이다. 어느 순간 스스로 잘 던지며 선발 보직까지 꿰찬 유희관의 선발등판 시 성적은 8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2.04. 말 그대로 특급 에이스다.
그만큼 두산은 유희관에게 1주일 동안 승부처 두 차례 기회를 맡겼다고 볼 수 있다. 노경은-유희관-더스틴 니퍼트로 이어지는 선발 ‘노희트 트리오'는 확실히 믿음을 심어줬으나 새 외국인 투수 데릭 핸킨스와 신고선수 출신 우완 유창준은 1군에서 검증된 바가 없다. 게다가 23일 넥센전부터 28일 LG전까지 1주일 6연전이 모두 올 시즌 두산에게 커다란 승부처다.

4위에 위치한 두산은 3위 넥센과 단 한 경기 차지만 반대로 5위 KIA와는 한 경기 반 차, 6위 롯데와는 두 경기 반 차다. 일주일 동안 제대로 못 버티면 넥센을 따라잡지 못하고 KIA-롯데에 추격권을 계속 허용하거나 최악의 경우 4위 자리를 다시 내줄 수도 있다. 그만큼 이번 1주일이 더더욱 중요하다.
예고 없이 떨어지는 물 폭탄으로 인한 우천 휴식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그러나 그 1주일 동안 우천 연기 경기가 없다면 유희관을 두 번 내세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23일 상대 선발 브랜든 나이트는 두산 상대 2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 중인 킬러. 그 가운데서 두산이 유희관을 후반기 첫 경기 선발로 내세웠다는 점은 달라진 팀 내 위상과 믿음을 알려준다. 유희관의 올 시즌 넥센전 성적도 3경기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로 괜찮은 편이다.
김진욱 감독은 “이제는 희관이가 높은 실투를 자주 보여주지 않으며 더욱 안정된 제구력을 보여준다”라며 기교파 좌완 선발을 발견했다는 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현역 시절 불세출의 최고 투수였던 선동렬 KIA 감독도 유희관의 투구에 대해 “높게 몰리는 공을 잘 안 던지더라. 잘 되는 데는 이유가 있는 듯”이라며 극찬했다. 직구 구속이 빠르지 않아도 제구 되는 느린 공, 그리고 더 느린 공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기교파 좌완 유희관은 후반기 첫 경기를 어떻게 장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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