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불의 여신’이 말하는 조선 시대 연애의 기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7.23 08: 15

분명히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는 조선 최초의 여성 사기장인 유정(문근영 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예측 가능한 뻔한 갈등과 위기를 그린다. 바로 다음 장면이 눈에 보이는 전개지만, 유정과 주변 인물들의 로맨틱한 연애의 기술은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불의 여신 정이’는 지난 22일 방송된 7회에서 유정과 그를 사랑하는 그림자 같은 남자 김태도(김범 분)가 5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던 두 사람은 각각 옥대와 짚신 도둑으로 오해했던 상황.
하지만 정이의 발에 짚신이 꼭 맞는 것을 본 태도가 눈물을 흘리면서 두 사람은 5년 만에 애틋한 만남을 가졌다. 어린 시절부터 정이를 아꼈던 태도는 짚신을 고쳐 신겨주고, 정이가 잠든 사이 손바닥으로 햇볕을 가려줬다. 또한 정이가 분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해가 될까 나무를 미리 베어놓고 도적까지 잡는 등 그림자 사랑법을 보여줬다.

태도의 정이에 대한 사랑이 애잔하다면 정이와 광해(이상윤 분)의 관계는 생동감이 넘친다. 정이를 남자로 오해하고 있는 광해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정이가 어려울 때마다 돕고 있다. 정이 역시 임해(이광수 분)를 광해로 알고 있기에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한편의 만담을 보는 듯한 싱그러운 관계를 형성한다.
7회에서 정이가 분원 담을 넘는 것을 광해가 돕는 모습이나 정이 때문에 동생 신원군에게 굴욕적인 무릎을 꿇는 상황에서도 그를 탓하지 않는 광해의 사려 깊은 행동은 향후 펼쳐질 로맨스의 탄탄한 벽돌을 세우는 기반이 되고 있다.
여기에 심화령(서현진 분)은 상단을 위해 이강천(전광렬 분)의 아들인 이육도(박건형 분)의 마음을 흔들었다. 태도를 좋아하는 화령은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대의를 위해 육도를 홀리는데 온힘을 다하고 있다.
화령은 육도의 손을 의도적으로 잡고 함께 뛰거나 자신과의 만남을 강천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하며 우리 시대에서나 볼 법한 ‘밀고 당기기’를 하는 중이다. 화령의 ‘밀고 당기기’에 이미 육도는 그에게 푹 빠졌다. 그야말로 화령은 현재 먹히는 연애의 기술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앞으로 유정이 사기장이 되는 과정에서 보여줄 예술혼과 갈등, 그리고 유정의 사랑을 담는다. 정이를 둘러싼 광해, 태도, 그리고 태도를 사랑하는 화령, 그를 마음에 품은 육도 등 5명의 인물들의 사랑은 아직 초반이고 본격화되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쫄깃한 즐거움을 안기고 있다. 때문에 사극이지만 현대극과 마찬가지로 로맨스가 큰 축을 이루며, 조선시대판 '연애의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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