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은 성동일을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꼽는다. 연기뿐만 성동일의 도움을 받지 않은 대한민국 배우는 거의 없을 거라고 뻥튀기 할 정도로 그의 인간성 또한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정작 김용화 감독과 성동일이 연락하는 횟수는 2년에 한 번. “작품하자”며 콜을 보내는 김용화 감독에게 성동일은 흔쾌히 “오케이”를 외친다.
2006년 영화 ‘미녀는 괴로워’로, 2009년 영화 ‘국가대표’로 각각 600만과 800만 관객을 끌어 모은 두 콤비는 2013년 영화 ‘미스터 고’로 또 한 번 뭉쳤다. 흥행력을 인정받은 김 감독에게 스타급 배우를 섭외하는 일이 요원하지도 않으련만 또 다시 성동일을 지목했다. 이번엔 특히 주연급이다. 3D 디지털 캐릭터 링링과 중국 출신 아역 배우 서교와 함께 성동일은 ‘미스터 고’를 가장 선두에서 이끌어나간다. 이쯤 되면 김용화 감독의 못 말리는 성동일 사랑이다.
◆ 성동일의 비애감은 최고

“성동일 주연이 모험이라고요? 좋은 영화에 훌륭한 배우가 있는 거지, 톱배우가 좋은 영화를 담보하지는 않지요. 성동일 씨는 ‘미스터 고’에서 성충수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충분한 배우고, 또 실제로도 그렇게 연기하셨죠. 전 이미지가 고착화된 이른바 스타급 배우들과 함께 하는 게 아직은 불편해요. 제 전작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스타급이 아니어도 극장에서 2시간 후면 관객의 마음을 강력하게 사로잡는 배우들이 대부분이죠. 물론 그들과 작업하겠다고 선택하는 건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이 토대고요.”
김용화 감독은 순제작비에 마케팅 비용까지 합쳐 300억 원에 달하는 대작에 ‘고작’ 성동일을 주연으로 내세운 게 무모한 선택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다른 건 몰라도 배우로서 성동일 씨가 가진 비애감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잘 나가는 성충수가 남모르게 느끼는 고통을 말로 설명하지 않고도 관객이 느끼게끔 했고, 과거 그가 다른 삶을 살았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하게 만들기도 했죠.”

김용화 감독은 성동일이 거짓말을 진실 되게 하는 능력을 가졌다며 그를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 꼽는 이유로 들었다.
“우리나라 드라마 대사 중엔 잘못된 게 많아요. 사람이 평소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사는 데 드라마에선 속에 있는 말을 직선으로, 그것도 속사포로 쏟아내죠. 제가 쓰는 대사 중에는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해서 거짓말일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러면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이면으로 드러내는 식이죠. 그 거짓말을 굉장히 진실 되게 하면서 반대의 뉘앙스를 심는 게 연기인데 그런 면에서 성동일 씨는 단연 최고입니다.”
페르소나라고 불리는 배우지만 김용화 감독은 그의 세 작품에서 단 한차례도 성동일을 멋지게 그려주지 않았다. 남루한 차림세거나 아니면 돈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그 때문에 타인에게 상처 주는 것 따윈 안중에 없는 떼 묻은 성인의 모습이 성동일을 통해 그려졌다. ‘절친’ 배우에게 너무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단칼에 “안 어울린다”고 잘라 말한다.
“멋지게 산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건 안 어울려요(웃음). 배우들 중엔 자기 자신을 한 꺼풀 치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적어도 성동일 씨는 그런 부류는 아니죠. 보이는 모습 그대로고 실제 살아온 삶도 진솔하세요. 그런 면들 속에서 다른 엣지를 보여주려 한다는 시도 자체가 큰 모험이 되겠죠.”
이 같은 모습은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반갑게 차용하는 부분이다. 성동일은 MBC ‘일밤-아빠!어디가?’를 통해 엄하고 무뚝뚝한 아버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김용화 감독은 이 같은 모습이 프로그램의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꼽았다.
“‘아빠!어디가?’ 첫 회를 봤는데 성동일 씨랑 아들 준이가 멀찍이 떨어져서 시골길을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저는 ‘대박이다!’ 했어요. 그 뒷모습에서 엄청난 울림이 느껴졌으니까요. 말 없이 걷는 두 부자의 모습은 대부분의 한국 가정에서 아주 옛날부터 있어온 리얼한 모습이고, 이걸 통해서 스스로를 본 시청자들이 엄청 많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성동일 씨가 여행 다니는 와중에도 일하느라 피곤에 절어 아무데서나 자고, 준이에게도 ‘너도 이렇게 살 날이 멀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작위적이지 않고 진솔해서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고 생각해요.”
◆ 열정적으로 살기 위해

김용화 감독에게 영화는 도전이다. ‘미녀는 괴로워’ 당시 배우 김아중에게 리얼한 뚱녀 분장을 시켜 화제몰이를 했고, ‘국가대표’에서는 스키점프 활강신을 호쾌하게 촬영해 주목 받았다. 그리고 이번 ‘미스터 고’에서는 3D 디지털 캐릭터다. 순수 100% 국산 기술을 이용해 이 같은 결과물을 내느라 무려 4년이 걸렸다.
“한정된 인생을 사는 인간이다 보니 나한테 삶이 주어지는 한 그 속에서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가지고 있는 건 안 놓치고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으면서도 잘 하는 걸 계속 파지는 말자 하는 식이죠. ‘미스터 고’의 목적은 분명해요. 크리쳐가 주인공인 작품이고, 그걸 전대미문의 입체 영화로 만들어보자고 목표를 세웠죠. 역으로 보면 도전 자체가 저에게는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시장에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지표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또 모험하고 혁신해야 나를 따르는 스태프들도 다음 목표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삶이 재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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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