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2일이었다. 한국에서도 자주 경험하지 못했던 오랜 휴식이었다. 그렇다면 이 휴식이 류현진(26, LA 다저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적어도 한 경기만 놓고 보면 득도 있었고 실도 있었다.
류현진은 23일(이하 한국시간)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 후반기 첫 선발 등판했다.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5⅓이닝 동안 9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내주며 4실점했다. 류현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도밍게스가 류현진이 남긴 주자 2명에게 모두 홈을 허용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었지만 9개의 피안타가 보여주듯 그리 좋은 구위는 아니었다.
승리투수 요건은 갖췄지만 투구 내용 자체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초반부터 투구수가 불어났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6회 1사의 투구수는 102개에 달했다. 평소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을 첫 목표로 손꼽는 류현진으로서는 스스로에게 화가 날 법한 경기였다. 다저스 벤치는 류현진이 후반기에 힘을 낼 수 있도록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해 12일의 휴식을 줬지만 결과적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 됐다.

감각이 떨어져 보였다. 사실 류현진은 경험이 많은 투수다. 12일 휴식일이 감각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 이유다. 그러나 이날은 전반적으로 변화구의 각이 무뎠다. 제구도 예민하지는 않았다. 특히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는 변화구들이 그랬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다소 많이 빠졌다. 직구만 계속 던질 수는 없다보니 결국 투구수가 불어나는 원인이 됐다. 투구 리듬도 한창 좋을 때보다는 경쾌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상하게 얼굴 표정도 어두웠다.
다만 직구 구속이 살아났다는 것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날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93마일(149.7㎞)가 찍혔다. 물론 이전에는 이보다 더 빠른 공을 던졌던 류현진이다. 그러나 이날은 평균구속 자체가 좋았다. 80마일대 직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대다수의 직구가 92마일(148㎞) 정도에서 형성됐다. 공끝이 아주 좋지는 않아 직구로만 안타 6개를 맞긴 했으나 적어도 지난 11일 애리조나전보다는 나아진 느낌이었다.
류현진은 전반기 막판으로 갈수록 직구 구속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평균 90마일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던 류현진의 직구 구속은 6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89마일, 11일 애리조나전에서는 89.5마일로 조금 떨어졌다. 일단 충분한 휴식을 통해 어깨의 피로는 어느 정도 풀어냈다고 볼 수 있다. 감각은 다시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다보면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적극적인 승부에 대한 고민은 한 번쯤 해볼 때가 됐음을 시사하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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