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 연속 6이닝↓’ 류현진 정면승부 못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23 11: 45

구위가 썩 좋지 않을 때도 지혜롭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얼마든지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효율적인 투구수 관리라는 전제조건이 붙고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정면승부도 필요하다. 류현진(26, LA 다저스)이 이 과제를 풀지 못하며 2경기 연속 6이닝 미만 투구에 그쳤다.
류현진은 23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5⅓이닝 동안 9피안타 2볼넷 3탈삼진을 기록하며 4실점했다. 6회 1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도밍게스에게 넘겼으나 도밍게스가 류현진이 남긴 주자 두 명에 모두 홈을 허용하며 자책점은 4점으로 불어났다. 평균자책점도 3.09에서 3.25로 올라갔다. 시즌 8승째를 거두기는 했지만 찜찜한 한 판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1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나선 뒤 전날까지 휴식을 취했다. 다저스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발표한 선발 로테이션에서 류현진의 이름을 네 번째에 넣었다. 기량이 네 번째라서 그런 게 아니라 좀 더 많은 휴식을 주기 위해 벤치의 배려였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맞이하는 류현진에 대한 섬세한 관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그런 벤치의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위기관리능력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4회와 5회에 병살타 하나씩을 유도하며 급한 불을 껐다. 5회까지는 2실점이었다. 내용과 결과 중 하나는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투구수가 문제였다. 1회에만 25개를 던진 류현진은 3회 2실점 과정에서 29개의 공을 던졌고 5회까지만 95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미 투수 교체를 저울질할 만한 개수인 100개에 이르렀다.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 채 6회 마운드에 올랐으니 아무래도 구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안타 2개를 맞고 결국 강판됐다. 지난 11일 애리조나전 5이닝에 이어 2경기 연속 6이닝 도달에 실패하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처음 있는 일이다.
직구 구속 자체는 최고 93마일(150㎞)까지 나와 크게 나쁘지 않았다. 평균구속도 전반기 막판 경기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이었다. 12일의 휴식이 어느 정도 득이 됐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감각이 떨어지다 보니 변화구 구사에 애를 먹었고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지 못했다.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정면 승부를 벌이지 못하거나 타자들이 변화구에 속지 않아 투구수가 불어났다.
포수 A.J 엘리스의 유인구 승부도 전체적으로 먹히지 않았지만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도 문제가 됐다. 류현진은 이날 10번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초구가 볼이었던 경우는 12번이나 됐다. 초구 타격은 세 번이었다. 특히 초구에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간 변화구가 대부분 볼이 되며 어려운 승부를 자초했다.
결국 카운트 싸움에서 몰린 류현진의 승부구는 직구가 많았고 9개 중 6개의 안타가 직구를 통타당했다. 다만 타선이 초반부터 폭발하며 류현진의 든든한 도우미로 나섰음을 생각할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승부를 펼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승리를 챙겼다는 것은 앞으로의 행보를 좀 더 가볍게 하는 호재가 될 수는 있다. 결정구를 순식간에 업그레이드 시킬 수 없다면 볼배합에 대한 부분도 한 번쯤은 돌아볼 때가 됐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