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강자들의 컴백 전략이 바뀌고 있다.
신곡 음원을 내기 전에는 티저 영상 하나도 감질나게 조금씩 오픈하던 가수들이 이제 음악을 통으로 공개하는 것도 모자라 퍼포먼스 무대까지 먼저 보여주고 있다. 해외 사이트에 음원이 한 조각이라도 유출되면 기획사가 발칵 뒤집히던 기존 분위기와 180도 달라졌다.
에프엑스는 오는 29일 신곡 '첫 사랑니'를 발표하기 무려 4일이나 앞선 25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컴백 무대를 꾸민다. 이어 26일 KBS '뮤직뱅크' 27일 MBC '쇼!음악중심' 28일 SBS '인기가요'에서 총 4번이나 컴백 무대를 보여준다. 브아걸 역시 29일 음원 오픈을 하루 앞두고 28일 '인기가요'를 통해 신곡 무대를 공개한다. 이들 두 그룹은 모두 음원차트 1위를 휩쓰는 강자라는 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결정을 한 셈이다. 특히 이들은 나란히 컴백 무대를 선공개한 상황에서 29일 정오 음원차트 1위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돼 더욱 눈길을 끌게 됐다.

이같은 전략은 앞서 2NE1과 에이핑크도 쓴 바있다. 에이핑크도 지난 5일 음원 발표에 하루 앞서 4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을 통해 컴백한 것. 2NE1의 이같은 전략은 더욱 의외였다. 매번 올킬을 차지하는 이들은 음원차트 올킬이 명백한 상황에서 음원발표 8일보다 하루 앞서 7일 '인기가요' 출연을 결정했다. '인기가요'가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로 결방돼 무산되긴 했지만, 대형 그룹이 음원 서비스 전에 컴백 무대를 계획한 건 이례적이었다.
이같은 전략은 퍼포먼스가 더 중시되는 보이그룹에서는 가끔 쓰이곤 했다. 인피니트H나 엑소가 음원보다 컴백 무대를 먼저 공개하며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는 것. 팬들 사이에선 퍼포먼스가 오히려 음원에 대한 기대를 높여 음원 성적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음원을 냈다 하면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걸그룹들도 이같은 전략에 동참하는 추세다. 가수가 신곡을 꽁꽁 숨기면 대중이 신곡 발표 시기에 맞춰 너도 나도 신곡을 들어보면서 9개 차트 올킬을 기록하곤 하는 이들이 과감하게 컴백 무대를 먼저 보여주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 중인 것. 컴백 무대가 오히려 음원 성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브아걸의 한 관계자는 "컴백 무대를 보고 별로라면 음원 성적에 악영향일 수 있겠지만, 열심히 준비한만큼 오히려 컴백 무대가 다음날 공개되는 음원에 기대감을 더 높일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에프엑스의 한 관계자 역시 "퍼포먼스를 먼저 보고 나서 음원을 들으면, 노래만 들어도 마치 무대가 그려지는 듯한 효과가 있다. 특히 이번에는 퍼포먼스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 만큼, 퍼포먼스 공개가 오히려 29일 발매될 새 음반 전체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즉 컴백 무대에 대한 호평이 자연스럽게 앨범 수록곡 전체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
이들의 성과에 따라 향후 컴백 팀들의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음원의 생명이 예전처럼 길지 않은 가운데, 음원 발표 며칠 후 김이 빠진 상태에서 컴백 무대를 꾸미는 것보다 컴백 무대부터 보여준 후 음원 첫 공개 성적에 힘을 받는 게 좋다는 것. 물론, 컴백 무대를 보고 음원에 대한 기대가 생길만큼 노래가 좋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전략이다. 가요관계자들은 "일반 가수는 어렵겠지만, 컴백 무대만으로도 큰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대형 가수들은 이같은 전략을 다수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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