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 1,2루에서 상대의 런 앤 히트 작전이 나왔다가 우익수 뜬공으로 인해 주자들이 급하게 귀루했다. 그런데 여기서 두 번의 송구 실책이 나왔고 발 빠른 2루 주자는 2루 귀루 후 3루를 거쳐 홈까지 덤벼들었다. 그런데 좌익수가 재빠르게 파울 라인 밖으로 진입해 빠져나가는 공을 잡아 좋은 송구까지 보여줬다. '넥센 히어로즈판 푸이그' 문우람(21)이 선배들의 실책 두 개를 메우는 명품 커버 플레이로 팀 3연패 탈출에 공헌했다.
문우람은 23일 목동 두산전에 6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날 타격 성적은 3타수 1안타 1볼넷. 2회 무사 만루를 만들며 상대 선발 유희관을 압박하는 볼넷도, 6회 동점 발판을 마련하는 우익수 방면 2루타도 멋졌으나 더욱 빛난 것은 바로 4회초 수비였다.
1-1로 팽팽히 맞선 4회초 1사 1,2루 두산 공격. 두산 타자 양의지는 넥센 선발 브랜든 나이트와 11구까지 가는 긴 대결을 펼치며 투수를 흔들었다. 밀어치겠다는 계산이 숨은 양의지의 타격과 함께 2루에 있던 오재원과 1루에 있던 이원석은 런 앤 히트 작전에 따라 스타트를 끊었고 양의지의 타구는 우익수 뜬공이 되었다. 먼저 달린 두 명의 주자는 모두 귀루를 위해 허겁지겁 본래 베이스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원석의 귀루를 막기 위해 던진 우익수 유한준의 1루 송구가 베이스에서 한참 벗어난 곳으로 흘러갔다. 런 앤 히트 당시 3루 부근까지 갔다가 2루를 황급히 찍은 오재원은 이 틈을 타 다시 3루를 노렸다. 유한준의 송구를 잡은 박병호는 이 공을 3루로 던졌는데 이 공이 하필 또 뒤로 빠졌다.
좌익수의 백업 플레이가 느슨했다면 오재원이 손쉽게 득점을 올릴 수 있던 장면. 그런데 좌익수 문우람은 어느새 좌측 파울 라인 밖에서 대기해 빠져나가는 송구를 잡아냈고 그대로 홈으로 송구했고 포수 허도환은 이 송구를 쉽게 잡아냈다. 홈으로 뛰던 주자 오재원은 속도를 줄인 뒤 허도환을 뛰어 넘어 홈플레이트를 찍는 창의적 주루를 펼치려 했으나 어림없었다.
두산 입장에서는 런 앤 히트 작전이 실패했으나 두 개의 연이은 상대 실책에 편승해 2-1로 앞서갈 수 있던 순간이었다. 실책을 틈 탄 불로소득 득점인 만큼 더욱 경기 분위기를 확실히 이끌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문우람이 재빠르게 백업 플레이에 나선 덕분에 박병호의 송구는 악송구가 아닌 정상 수비로 기록되었고 공수교대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팀은 1-1 균형 잡힌 게임을 5회까지 그대로 이어간 뒤 김지수의 동점타와 이택근의 결승투런, 강정호와 김민성의 쐐기 투런 등으로 8-5 역전승을 거뒀다.
염경엽 감독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필요한 순간 작전 야구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지도자다.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바로 기본기. 광주 동성고 시절 수비력이 아쉬워 드래프트 미지명 후 신고선수 입단의 우여곡절을 겪었던 문우람은 제대로 된 기본기의 수비를 보여주며 팀을 구했다. 경기 내용을 봤을 때 분명 ‘슈퍼 세이브’로 부르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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