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똥개라고 부릅니다."
경기는 패했지만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의 얼굴은 썩 어둡지 않았다. 김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23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 B조 대한항공과 경기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3(16-25, 25-21, 23-25, 25-20, 10-15)로 패했다.
김호철 감독의 현대캐피탈 복귀전으로 관심을 모은 경기였지만 '주포' 문성민의 공백은 컸다. '월드 리베로' 여오현을 영입하며 조직력을 강화했지만 공격에서 대한항공의 상대가 되지 못해 열세가 점쳐졌다. 여오현을 중심으로 수비라인이 끈질기게 공을 받아내며 공격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임동규 박주형 송준호가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다. 그래도 뒷심을 발휘해 풀세트까지 가면서 경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끈기는 분명 대단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보시다시피 선수가 없다. 데리고 있는 선수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한다"며 "경기를 안뛰던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결정적인 지점에서 경험이 부족하다. (송)준호같은 경우 공격성공률이 29~30% 밖에 안나온다면 경기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나머지 선수들이 잘해줘서 5세트까지 갈 수 있었다. 수비나 서브리시브에서 (여)오현이 오면서 안정적으로 변한 것이 크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날 김 감독의 속을 가장 태운 선수는 송준호였다. 송준호는 잦은 범실과 공격실패로 공격성공률이 32.69%에 그치는 등 20득점을 올리고도 '구멍'이 됐다. 박주형 역시 14득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 36.66%에 그치며 주전 공격수로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문성민이 돌아올 때까지 이들로 경기를 치러야하는 김 감독은 송준호와 박주형에게 아쉬운 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새가슴"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김 감독은 "둘 다 내가 똥개라고 부른다. 연습장(집)에서는 잘하는데 (집 밖으로)나오기만 하면 서브도 못때리고 공격도 못해서다. 하지만 앞으로는 똥개들도 바깥에 나가서 잘 할 것"이라며 두 선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이번이 기회라고 이야기해뒀다. 문성민이 있었다면 둘 중 하나는 경기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두 선수를 키우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선수가 없고 바꿀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이 선수들로 정규리그를 가야한다"고 이야기한 김 감독은 "남은 시간 동안 착실하게 체력과 기술을 쌓아간다면 지금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선수들을 믿고 그렇게 훈련하겠다"며 선수단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전했다.
costball@osen.co.kr
안산=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