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1, 신시내티 레즈)의 화려한 7월이 계속되고 있다. 5·6월의 부진을 완전히 날려버리며 다시 뛰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는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1번 타자 중 하나로도 손색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기록만 놓고 보면 이는 ‘참’에 가깝다.
추신수는 23일(이하 한국시간) AT&T 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시즌 14호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로 맹활약하며 팀의 11-0 대승을 거들었다. 1회 첫 타석에서 2루타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추신수는 2회에는 ‘노히터’ 팀 린스컴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시즌 14호 홈런을 쏘아 올리며 초반 흐름을 신시내티 쪽으로 끌고 왔다.
23일까지 7월 17경기에서 타율 4할6리, OPS(출루율+장타율) 1.047의 화려한 성적을 낸 추신수는 완전히 제 궤도를 찾았다는 평가다. 7월 맹활약에 힘입어 한 때 2할6푼대까지 떨어졌던 타율도 어느덧 3할을 바라보는 2할9푼4리까지 도달했다.

이에 5·6월 동안 침묵했던 여론도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추신수의 몸값이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판을 친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MLB 최고의 1번 타자라는 평가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기록을 살펴봐도 이러한 호평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풀타임 리드오프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성적이다.
ESPN에 따르면 올 시즌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1번 타순에서 250타수 이상을 소화한 선수는 MLB 전체에서 총 13명이다. 추신수는 1번 자리에서 타율 3할5리(334타수 102안타), 출루율 4할4푼1리, 장타율 5할6리를 기록 중이다. 개인 14개의 홈런은 모두 1번 타순에서 나왔고 30타점을 수확했다. OPS(출루율+장타율)은 0.947에 이른다.
OPS를 놓고 보면 13명 중 추신수가 가장 뛰어나다. 맷 카펜터(세인트루이스)는 1번 타순에서 296타수 동안 타율 3할3푼4리를 기록해 타율은 가장 높다. 그러나 출루율은 4할1푼으로 추신수에 비해 떨어진다. OPS도 0.920으로 추신수보다 못하다. OPS에서는 카펜터 외에 경쟁자도 없다. 3위 이안 킨슬러(텍사스)의 OPS는 0.799다. 추신수와 카펜터를 제외하면 1번 타순 OPS가 0.800을 넘기는 선수가 없다. 아오키 노리치카(밀워키)의 1번 OPS는 0.743이다.
추신수의 출루율 4할4푼1리도 단연 1위다. 2위 카펜터(.410)를 제외하면 역시 4할을 넘기는 선수는 없다. 압도적인 볼넷 개수(62개)가 그 원동력이다. 홈런 14개 또한 1위 성적이다. 알레한드로 데 아자(시카고 화이트삭스·12개), 스탈링 마르테(피츠버그·10개)만이 추신수와 함께 1번 타순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다. 13명 중 공동 9위에 그친 도루(10개)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추신수의 기록은 빛나고 있다.
물론 이 기록을 끝까지 이어가는 것은 과제다. 1~2번 더 찾아올 슬럼프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활약상만 놓고 봐도 추신수의 능력은 충분히 검증을 거치고 있다. 추신수만한 장타력과 출루율을 모두 갖춘 1번 타자는 MLB 전체를 통틀어서도 귀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러 타순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어필했다. FA 대박이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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