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삼진 급락’ 류현진, 빨간 신호등일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24 06: 17

삼진을 많이 잡는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삼진 하나 없이도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야구다. 그러나 탈삼진 개수가 구위와 다소간의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면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류현진(26, LA 다저스)의 성적에서도 이런 상관관계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류현진은 23일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5⅓이닝 동안 9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4실점했다. 지난 11일 애리조나전(5이닝 5실점) 이후 2경기 연속 6이닝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는 올 시즌 처음 있는 일이다. 든든한 타선 지원을 등에 업고 시즌 8승(3패)째를 따내긴 했지만 찜찜함을 남기는 경기였다. 평균자책점도 3.09에서 3.25로 조금 올라갔다.
최근 경기를 보면 일단 피안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류현진은 4월 37⅔이닝 동안 33개의 안타만을 허용했다. 5월은 34이닝 26피안타였다. 모두 이닝당 피안타가 한 개에 못 미쳤다. 그러나 6월 33⅓이닝에서 37개의 안타를 맞았고 7월 세 경기에서는 17이닝 동안 20개의 안타를 허용해 이닝당 피안타 개수가 한 개를 넘어섰다.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불안감을 남기는 수치다.

여기에 탈삼진 개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닥터 K’였던 류현진은 4월 37⅔이닝에서 무려 46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200탈삼진 페이스였다. 그러나 5월에는 21개(9이닝당 5.6개), 6월에는 20개(5.4개)로 줄었고 7월에도 3경기에서 9개(4.8개)를 잡는 데 그쳤다. 최근 3경기에서는 모두 3탈삼진이었다. 투수에게 잡은 삼진을 제외하면 탈삼진율은 더 떨어진다.
투수의 현재 구위와 전반적인 제구 상태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로 신뢰를 받고 있는 탈삼진/볼넷 비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4월에 4.60에 이르렀던 이 비율은 5월 1.75, 6월 1.67을 거쳐 7월에는 1.29까지 떨어졌다. 대개 탈삼진율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해당 투수의 앞날은 험난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 언론들이 전반기 막판 “류현진의 탈삼진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던 것은 괜한 일이 아니다.
메이저리그(MLB) 첫 시즌을 치르는 류현진은 시간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상대 타자들이 류현진에 대한 낯설음을 점차 떨쳐버리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이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체인지업의 위력 저하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알고도 못 치는 구종으로 국제 경쟁력까지 인정받았다. 올 시즌 초반에도 전가의 보도가 되곤 했다. 커브·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었지만 역시 우타자에는 체인지업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다소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직구 구속 저하와도 연관이 있지만 떨어지는 각도 전반적으로 밋밋하다는 평가다. 높게 떨어져 장타를 허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MLB 입성 후 커브와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기는 했지만 류현진의 결정구는 여전히 체인지업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많은 투구수는 확실한 결정구를 던지지 못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체인지업의 위력이 살아난다면 좀 더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탈삼진율도 자연히 높아질 전망이다. 일단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점검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특유의 공격적인 본능을 되찾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물론 그런 능력이 있는 선수이기에 가능한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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