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까지 2회만을 남겨둔 KBS 2TV 월화드라마 ‘상어’(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가 종잡을 수 없는 전개로 결말에 대한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초반 가해자와 피해자의 강렬한 대비로 선악 구분이 명확했던 드라마는 이제 이 같은 상황을 모두 뒤엎어 버리고 누구도 지지할 수 없는 최고의 위기에 봉착하며 남은 분량을 통해 보여질 이야기의 마무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도록 한다.
지난 23일 방송된 ‘상어’ 18회에서는 그간 아버지를 절대적인 선인(善人)으로 믿어왔던 이수(김남길)가 믿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맨얼굴을 확인하고 충격에 휩싸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재벌가의 운전사로 착실하게만 살아온 줄 알았던 아버지는 어느새 악명 높은 고문기술자의 과거를 가진 남자로 둔갑해 이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12년의 세월을 이를 갈며 가해자에게 이 같은 비극을 되갚아줄 생각만으로 살아온 이수는 진실을 대면한 순간 절대적 믿음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그토록 증오하던 가해자 조상국(이정길)이 그간 힘주어 말해온 “사람은 누구도 판단할 수 없다”는 명제가 옳은 것으로 드러나며 복수의 명분 또한 잃고 말았다는 점이 이수를 뼈아프게 한다.
다만 희망이 있는 건 이수의 아버지 영만(정인기)이 고문기술자가 된 배경이다. ‘상어’는 이와 관련해 이날 방송을 통해 영만이 과거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으로 투입된 과거를 심으며 이 같은 경험이 영만의 돌변의 바탕임을 드러냈다. “순한 줄만 알았던 사람이 독사처럼 변했다”는 대사처럼 참혹한 경험이 인성을 바꿔버릴 만큼 큰 충격이 되었음을 암시하며 영만에 대한 일말의 두둔을 가능케 했다.
드라마의 이 같은 상황을 참고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 지난 1999년 개봉한 ‘박하사탕’은 주인공이 광주진압군 투입 이후 삶의 모습이 180도로 변해 참혹하게 스러져간 과정을 그린 바 있다. 영화는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마구잡이로 짓밟힌 피해자들의 깊은 상처와, 동시에 이는 진압군에게도 같은 무게만큼의 트라우마가 됐음을 그리며 충격적인 사건이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음을 형상화했다. “나 돌아갈래”라는 유명한 대사가 회자됐지만 영화는 의도치 않게 인생이 뒤틀려 결코 충격적인 사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인물의 비극을 그리며 용서할 수 없는 주인공의 행각에도 깊은 연민과 이해를 유발했다.
이제 ‘상어’에서 남은 건 이와 유사한 역사를 지닌 영만에 대해 아들 이수가 취하게 될 행동이다. 결국 듣진 못했지만 “모든 진실을 밝힐 준비가 됐다”던 아버지의 결심과 그 고백은 이수가 맞닥뜨린 절망적 상황에서 방향을 알려줄 해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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