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져주고 있었는데 타선에서 점수를 뽑아주지 못해 승리를 못 따낼 뻔 했다. 경기가 잘 풀려 다행이다”.
셀러팀의 첫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선수. 팀은 빼앗겼던 프랜차이즈 스타를 다시 데려오면서 선수단의 리더로 세우고자 했다. 그러나 지난해 후반기 무릎 부상으로 인해 막판 스퍼트를 내지 못했고 결국 팀도 포스트시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넥센 히어로즈 주장 이택근(33)은 지난해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한 달 만의 홈런을 때려내고도 개인의 영달보다 팀과 동료를 우선시했다.
이택근은 23일 목동 두산전서 2-2로 맞선 6회말 2사 2루서 상대 필승 카드 오현택을 상대로 좌월 결승 투런을 때려냈다. 시즌 5호 홈런으로 개인적으로는 한 달 만에 때려낸 홈런포였다. 이택근의 홈런 등 넥센은 투런 3방을 묶어 상대 추격을 뿌리치고 8-5 역전승을 거두며 3연패에서 벗어나 후반기 첫 승을 올렸다.

히어로즈 선수단의 전신 격인 현대에 2003년 입단한 이택근은 2006시즌부터 팀의 주력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09시즌 후 운영 자금 조달을 위한 히어로즈발 트레이드를 통해 LG에 새 둥지를 틀었다. LG는 이택근을 얻기 위해 외야수 강병우(현 NC), 포수 박도현에 현금 25억원을 들였다. LG는 스타 플레이어를 수혈했으나 히어로즈는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했던 고육책이었다.
2년 후 2011년 11월 FA 자격을 얻은 이택근의 종착역은 친정팀 넥센. 주축 선수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데 익숙했던 그 팀이 이택근에게 4년 50억원을 투자하며 다시 데려왔다는 것은 스토브리그 리뷰 최고 화두로 꼽기 충분했다. 이장석 대표는 “2년 전 팀을 떠났던 이택근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라며 이택근을 팀의 리더로서 데려왔음을 표명했다. 새 4번 타자 박병호와 거포 유격수 강정호가 자리를 굳히던 상황에서 이택근의 가세는 넥센에 천군만마와 같았다.
지난해 이택근의 활약상은 아쉬움이 있었다. 발 빠른 중장거리 타자로서 박병호-강정호와 함께 LPG 클린업을 이끌며 시즌 초반 돌풍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무릎 부상 등이 겹치며 이택근은 제 위력을 떨치지 못했고 그해 8월 24일 목동 SK전을 끝으로 이택근은 시즌을 마쳤다. 전반기를 3위로 마쳤던 넥센은 6위로 아쉽게 한 해를 마쳤고 김시진 감독은 9월 18일 경질되었다. 여러모로 이택근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남은 2012년이다.
그만큼 이택근은 올 시즌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팀과 함께하는 플레이를 우선시했다. 염경엽 감독도 “이택근이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희생타가 필요한 순간 등 팀을 먼저 생각하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주장으로서 정말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칭찬했다. 올 시즌 이택근의 성적은 71경기 2할8푼3리 5홈런 40타점 14도루. 지명도를 감안하면 뭔가 아쉬움이 있으나 코칭스태프는 이택근의 리더십까지 감안해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칭찬한다.
한 달 만의 홈런을 때려냈음에도 이택근은 홈런 소감보다 6회까지 2실점 분전하다 승리를 따낸 선발 브랜든 나이트와 팀을 먼저 언급했다. “선발 나이트가 잘 던지고 있었는데 타선에서 점수를 뽑아주지 못해 자칫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할 뻔 했다. 꼭 승리투수를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다행히 경기가 잘 풀렸다”라는 것이 이택근의 첫 소감이었다.
뒤이어 이택근은 “후반기 들어 첫 경기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경기를 이겨 기분이 좋았다”라며 “오현택의 변화구가 빠른 편이라 직구 타이밍을 염두에 두고 스윙한 것이 홈런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밝혔다. 홈런 복기가 마지막 소감이었고 첫 번째가 나이트, 두 번째가 팀의 후반기 첫 승이었다. 개인적이지 않은 ‘리더’ 이택근의 존재는 넥센 재도약의 열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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