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안 좋으면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
한화 김응룡(72) 감독이 그야말로 배수진을 쳤다.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마음으로 후반기를 맞이하고 있다. "결과가 안 좋으면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팀 성적에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최하위라는 순위를 떠나 남은 시즌 동안 얼마나 비전을 보여주느냐에 자존심 회복이 걸렸다.
한국시리즈 우승 10회 경력으로 8년 공백을 깨고 현장으로 돌아온 김응룡 감독에게 2013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23일까지 22승52패1무로 승률이 3할도 되지 않는 2할9푼7리로 최하위. 신생팀 NC에도 무려 6경기가 뒤진 굴욕적인 성적.이다 결국 김 감독은 전반기를 마친 후 무려 4명의 코치들을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로 2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응룡 감독의 야구인생에서 처음이었다. 김 감독은 "예전에는 코치들이 감독이 되거나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가서 바뀐 적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시즌 중에 많이 바꾼 건 처음"이라며 "분위기를 한 번 바꿔보기 위해서였다. 결과가 안 좋으면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고까지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전반기 동안 선수들은 잘했는데 감독이 못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한 만큼 성적이 나지 않았다"며 "감독이 바뀌어야 하는데 바뀔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코치들이 바뀐 것이다. 내가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줬다"고 자책했다. 전반기 동안 김 감독에게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김 감독은 새롭게 올라온 코치들과 선수들에게도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겁게 야구할 것을 주문했다. "후반기에는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야구해야 한다. 더 위축되면 안 된다. 코치들에게도 선수들한테 너무 뭐라하지 말라고 했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침체돼있는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힌다.
김 감독은 후반기 목표로 5할 승률을 내걸며 "우리라고 해서 못할 것 없다"며 선수들이 자신감 갖기를 바라고 있다. 아울러 젊은 선수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줄 생각이다. 김 감독은 "이태양·조지훈·김경태 등 젊은 투수들에게 선발 기회를 줄 것이다. 어린 투수들을 키워내야 한다"며 후반기에는 더 많은 기회를 약속했다.
김 감독은 "올스타 휴식기 때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살 좀 빠진 것 같다"며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노장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깊게 패여있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배수진을 친 김 감독의 한화가 남은 후반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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