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정대현(35)이 살아야 롯데가 산다. 롯데의 4강행 절대 조건은 정대현의 완벽한 1이닝에 달려있다.
정대현은 지난 23일 대전 한화전에서 위력적인 피칭을 펼쳤다. 5-4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던 7회말 1사 만루. 롯데 마운드에는 언더핸드 정대현이 올라왔다. 정대현은 대타 조정원에 이어 이학준을 삼진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고, 8회말 첫 타자 정범모까지 2루 땅볼 처리하며 1이닝을 무실점 퍼펙트로 틀어막았다. 시즌 6홀드째.
의미있는 홀드였다. 선발 쉐인 유먼에 이어 7회말 등판한 '마당쇠' 김승회가 안타 2개와 사사구 2개로 급격하게 흔들리는 시점. 자칫 경기 흐름에 한화 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올해 블론세이브 4개로 불안한 시즌을 보낸 정대현이었지만 보란듯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완벽투로 한화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정대현이 롯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 경기였다. 마무리투수 김성배 앞에서 던져줄 수 있는 투수가 롯데에는 마땅치 않다. 김승회가 있지만 그 역시도 많은 이닝을 던지며 체력적으로 지쳐있는 상태. 결국 롯데는 다시 정대현을 바라 볼 수밖에 없다. 실제 정대현이 위력을 떨칠 때 롯데는 확실히 상승세를 탄 팀이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우리가 6월말까지 잘 나갈 때 누구의 역할이 가장 컸는지 아는가. 바로 정대현이다. 정대현이 1이닝씩 확실히 막아준 시기 우리가 가장 좋았다"며 "대현이가 막아주지 못하면 전체적으로 힘들어진다. 김성배와 김승회가 있지만 그 선수들만 계속 던지게 할 수 없지 않은가. 결국 정대현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진 감독이 말한 6월 중순부터 말까지 정대현은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4⅔이닝 동안 안타 2개를 맞았을 뿐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승 1홀드를 올렸다. 그러나 7월부터 첫 5경기에서 정대현이 2패 평균자책점 27.00으로 흔들렸고, 롯데도 전반기 막판 10경기에서 2승8패로 무너지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롯데는 올해 불펜 평균자책점 3위(3.73)로 수준급이지만, 블론세이브가 12개로 가장 많다. 김승회·김성배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결정적인 고비를 넘기지 못해 표면적인 성적 만큼 위력을 심어주지 못했다. 결국 정대현이 중간에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는 뜻인데 그가 제 몫을 한다면 롯데의 4강 싸움 역시 힘을 받을 수 있다. 1이닝이지만 그가 확실히 막아주면 롯데에는 아주 큰 힘이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 5연패 사슬을 끊은 롯데는 38승35패2무로 6위에 있지만 5위 KIA에 승차 없이 따라붙었다. 4위 두산과는 불과 1.5경기차. 정대현의 완벽한 1이닝 부활투는 롯데의 4강행 청신호를 의미한다. 꾸준히 믿고 내보낸 김시진 감독의 믿음에 정대현이 보답할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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