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찬아 야구 포기하지 말고, 아빠와 함게 꿔왔던 꿈을 꼭 이루길 바란다".
지난 23일 롯데와 홈경기를 앞둔 한화의 대전구장에는 특별한 시구자가 초대됐다. '꿈을 향해 던져라'는 주제로 어린이팬 이영찬군(12)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대전구장의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한 것이다. 야구선수를 꿈꾸는 영찬군에게는 그야말로 꿈 같은 날이었다.
내동초등학교 5학년생으로 야구선수가 꿈인 영찬군은 대전 대덕구 리틀야구단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평소 야구에 관심이 많고, 야구를 하는 것에도 자질이 있어 부모님은 올해부터 야구부가 있는 초등학교로의 전학을 약속했다. 이처럼 영찬군이 야구에 빠져든 건 아버지 이현종씨의 영향이었다.

이현종씨 역시 어린 시절 야구선수가 꿈이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잃었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아들 영찬군과 함께 캐치볼을 하며 야구선수로서 꿈을 심어줬다. 그러나 이씨는 지난해 중순부터 몸에 이상을 느꼈고, 급기야 '루게릭병'으로 쓰러져 아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 사연을 한화 홍보팀 석장현 매니저가 전해들었고, 한화 구단은 '꿈을 향해 던져라'는 주제로 영찬군 시구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경기 전 영찬군이 좋아하는 김태균·최진행·오선진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사인이 담긴 글러브를 선물받았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선수단 라커도 특별 체험했다.
시구를 마친 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석장현 매니저는 영찬군에게 깜짝 선물을 또 하나 준비하고 있었다. 2회초를 마친 후 김태균·최진행·오선진의 영상 편지를 예고없이 전광판에 크게 띄운 것이다. 경기를 지켜보던 영찬군은 예기치 못한 선수들의 영상 편지에 깜짝 놀랐고, 곁을 지키던 어머니도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
김태균은 "병상에 있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야구해서 나중에는 시구자가 아닌 프로야구 선수가 돼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렸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최진행도 "아버지는 영찬이에게 야구라는 아주 큰 선물을 주셨다. 아빠와 캐치볼하던 추억을 잊지 않고 더욱 즐겁게 야구하라"고 이야기했고, 오선진도 "지금 하고 있는 야구를 포기하지 말고 아빠와 함께 꿔왔던 꿈을 꼭 이루길 바란다"며 하나 같이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해줬다.
팀에서 내야수를 뛰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영찬군은 선수들의 메시지에 "앞으로 야구를 더 잘해서 꼭 선수들처럼 되고 싶다"고 굳게 다짐했다. 한화의 아름다운 시구 행사가 야구 꿈나무의 꿈을 키우고, 시구자의 의미를 더했다. 한화는 지난 5월에도 개막 13연패 탈출 후 눈물을 흘린 여성팬을 시구자로 초대해 성원에 보답한 바 있다. 이번에는 야구 꿈나무에게 꿈을 심어줬다. 비록 성적은 안 좋아도 팬들이 한화에 감동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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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