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아깝지 않다" LG 신바람 안방야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24 06: 26

김기태 LG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 때 항상 팬들을 향한 말을 잊지 않는다. “팬들에게 감사하다” 혹은 “팬들에게 죄송하다”가 단골 멘트다. “팬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면 프로가 아니다”라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두 멘트 중 전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덕분에 잠실의 LG팬들도 선수들 못지않게 신바람이 났다.
LG는 23일 현재 46승31패(승률 .597)로 2위를 달리고 있다. 6할 승률도, 반경기차 앞서 있는 선두 삼성도 말 그대로 코앞이다. 7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기도 하다. 이에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웬만해서는 지지 않을 것 같은 팀 분위기가 ‘DTD’라는 세 글자의 압박까지 서서히 지워내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홈경기 성적이다. LG의 지난해 홈경기 승률은 25승41패1무(.379)로 리그 전체 최하위였다. 뒤진 상황에서 한참 쫓아가다가 마지막에 무너지는 양상이 많이 벌어지기도 했다. 팬들의 한숨은 두 배였다. 오히려 원정에서는 32승31패3무(.508)로 5할 승률이 넘었다. 김 감독이 항상 “경기장을 찾아주신 홈팬들에게 죄송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이유다. 

그러나 올해는 확 달라졌다. 23일 현재 LG의 홈경기 성적은 24승14패(.632)로 원정(.564) 승률을 훨씬 상회한다. 홈 승률 2위 넥센(.615)을 간발의 차로 제친 리그 1위 성적이다. 짜임새 있는 투·타 밸런스가 원동력이다. LG의 올 시즌 홈 평균자책점(3.05)은 원정(4.26)과 전체 평균(3.65)보다 훨씬 낮다. 경기장이 큰 잠실을 사용하기에 당연한 일인 것처럼 보이지만 옆방을 쓰는 두산(홈 4.50, 원정 4.79)을 생각하면 의미가 가볍지 않다.
불리해야 할 타선도 우려했던 것만큼의 차이는 없다. LG의 홈경기 타율(.284)과 원정경기 타율(.285)은 큰 차이가 없다. 홈런이 줄 수밖에 없어 득점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집중력은 유지하고 있다. 23일 잠실 KIA전이 상징적이었다. LG는 이날 홈런 하나 없이 안타 17개로만 13점을 뽑아내며 절정의 응집력을 뽐냈다. 휴식기 동안 LG의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에게는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최고의 경기였다.
이런 LG의 홈 강세에 관중 동원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23일 현재 LG의 평균관중은 지난해(2만2498명)보다 14% 감소한 1만9276명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관중 감소 추세를 감안해야 한다. 오히려 롯데(-39%)나 두산(-15%), SK(-24%)에 비하면 감소폭이 적다. 평균관중 1위 자리도 탈환했다.
‘무대 체질’이라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LG는 올 시즌 관중수 1만5000명 이상 경기에서 17승8패(.680)로 단연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팬들이 많이 모일수록 힘을 냈다는 흥미로운 자료다. 팬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최종 성적은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LG팬들에게는 2002년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이 되어가고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김기태 감독은 23일 경기를 앞두고 “초심을 잃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팬들을 향해 후반기 출사표를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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