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주키치 선언’, 외풍 막은 한 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24 06: 31

“궁금해 하실 것 같으니 그냥 말씀 드리겠습니다”
23일 잠실 KIA전을 앞둔 LG 덕아웃은 사뭇 긴장감이 흘렀다. 외국인 선수 벤자민 주키치의 거취 때문이었다. 외국인 선수 웨이버 공시 기한(7월 24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뭔가의 발표가 있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그 발표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이는 김기태 LG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교체를 놓고) 내 주위에서도 찬반이 나뉜다”라고 운을 뗀 뒤 단도직입적으로 결론을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바꾸는 것은 없다. 안고 가는 걸로 결정했다”면서 “팀과 3년을 같이 했다. 같은 값이면 안고 가는 것이 좀 더 인간적이지 않겠느냐”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공식적 입장을 내놓을 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사정에 대해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보통 이런 상황의 구단 입장은 프런트나 다른 경로를 통해 발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나면 감독은 그 이유를 언론이나 주위에 설명하는 형식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던 이 논란에 대해 직접 입을 열고 모든 것을 총괄했다. 분명 보기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이런 김 감독의 행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우선 김 감독 특유의 성격을 보여준다는 시각이다. 김 감독은 야구계에서 ‘사나이’로 통한다. 변명을 싫어하고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은 확실하게 지는 스타일이다. 지난해에도 몇몇 논란이 있었으나 그 때마다 김 감독은 프런트를 우회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을 직접 또렷하게 전달했다. “내가 틀린 부분은 기꺼이 비난을 감수하겠다”라는 태도였다. 결코 뒤에 숨는 법이 없었다.
두 번째로는 이번 논란이 선수단에 개입되지 않도록 막겠다는 김 감독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선수 교체는 분명 민감하다. 국내 선수들 내에서도 화제가 된다. 3년을 뛴 주키치라면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주키치 문제로 여론이 또 한 번 LG를 들쑤셔 놨다. 한창 잘 나가는 팀에 불필요한 잡음일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단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인 김 감독이 직접 나서 굵직한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2군에 있는 주키치에 대해 “준비가 되면 다시 올리겠다”라는 명확한 향후 계획도 설명했다. 향후 주키치를 놓고 다른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일단 이 논란의 가장 큰 고비는 넘겼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 감독의 리더십과 뚝심이 외풍을 막아낸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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