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함께 하는 오지환의 ‘성장일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24 07: 04

야구는 많은 선수들이 한 곳에 모여 팀을 만드는 스포츠다. 모든 선수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개성이 하나의 팀 스타일로 뭉쳐 조직력을 만들 때 팀은 앞으로 움직인다. 오지환(23, LG)과 LG의 관계가 그렇다. 동반 성장하고 있는 양자의 모습도 닮아있다.
오지환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대형사고를 칠 뻔했다. 8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기까지 3안타를 쳤는데 단타, 2루타, 3루타가 하나씩이었다. 홈런 하나면 사이클링히트라는 대기록을 수립할 수 있는 기회. 그러나 오지환은 마지막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오지환은 경기 후 “자주 오지 않는 기회라 욕심을 내봤는데 역시 안 됐다”면서도 “팀이 7연승을 기록해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최근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은 오지환이다. 오지환은 올 시즌 타율 2할6푼4리, 8홈런, 31타점, 15도루를 기록 중이다. 아주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팀 공헌도는 높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로 뛰고 있고 한 때는 팀의 리드오프라는 중책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가산점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7월 들어서도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9타점을 수확했고 5개의 도루로 가장 많이 베이스를 훔쳤다.

그러나 오지환은 머리를 숙였다. 팀에 미안함이 많다. 오지환은 “팀이 연승을 하고 있을 때 나만 처져 있었다”라고 했다. 보탬이 되려고 이것저것 노력한 것이 23일 맹활약의 비결이었다고도 했다. 이날 오지환은 3안타뿐만 아니라 2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팀 공격의 윤활유 몫을 톡톡히 했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주며 공·수·주에서 맹활약했다. 미안함을 덜었을까. 오지환의 얼굴 표정은 밝았다.
욕심은 내지 않기로 했다. 굳이 주연이 되려는 생각이 없다. 오지환은 “후배들은 활기찬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팀을 이끄는 선배들의 도우미가 되겠다는 의지다. 전반기 자신의 성적에 대해 “(10점 만점에) 7~8점 정도 되는 것 같다”라고 한 오지환은 “내가 못 쳐도 우리팀 방망이에는 문제가 없다. 나는 수비만 잘하면 된다”고 다짐했다. 신인 때부터 온통 머릿속에 ‘수비’라는 단어를 달고 살았던 오지환은 초심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음이 편하다고도 했다. 여유가 생겼다. 오지환은 “잘 떨리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집중력이 생긴다. 오지환은 작년과 가장 달라진 부분에 대해 별다른 망설임 없이 “쉽게 죽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유와 집중력은 타석과 수비에서의 성장세를 돕는다. 아직도 간혹 실책이 나오기는 하지만 경기를 들었다 놨다 했던 예전의 기복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이런 오지환의 모습은 올 시즌 LG와 닮았다. LG는 어느 한 선수가 튀지 않는다. 각자의 몫에 충실한다. 그렇게 ‘도련님 야구’는 ‘근성의 야구’로 변모했다. 계속되는 승리에 여유도 생겼다. 오지환이 “내가 언제쯤 실책을 하게 될까”라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듯이 이제 LG 선수들은 스스로 “우리가 언제쯤 고비를 맞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지환과 LG는 그렇게 똑같은 성장일기를 쓰고 있다. 그 일기장의 끝에 ‘가을야구’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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