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클리닝타임]“선수들 생각에…” 차명석 코치, 팀 가치 일깨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24 10: 48

아주 큰 수술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작은 수술도 아니었다. 완벽한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차명석(44) LG 투수코치는 병상을 박차고 일어났다. 이유는 딱 하나. 선수들이 눈에 밟혀서다.
차 코치는 지난 8일 신장종양 제거를 위한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시즌 중 시간이 없어 진료를 미뤘는데 결국 여기서 탈이 생겼고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 더 미루면 경과가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 어쩔 수 없이 팀을 비워야 했다. LG는 차 코치가 자리를 비운 동안 강상수 불펜코치가 투수코치를, 경헌호 2군 투수코치가 1군 불펜코치를 대행했다.
그런데 차 코치가 23일 잠실구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1군 엔트리에도 다시 등록됐다. 사실 생각보다 이른 복귀라는 느낌도 있었다. LG의 한 관계자는 “병원에서 얼마나 쉬어야 하는지는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단과 코칭스태프에서는 차 코치님이 댁에서 더 쉬실 줄 알았다”면서 “복귀는 차 코치님 자신의 의사였다”라고 말했다. 자연히 관계자들의 애간장이 탔다. 23일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에 있던 차 코치를 발견한 김기태 감독이 “차 코치, 그냥 앉아있어”라고 사정(?)할 정도였다.

병상에 있는 중에도 온통 야구 생각만 했다는 것이 차 코치 주위의 귀띔이다. 이런 열정을 어떻게든 눌러보려던 김 감독도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그런 차 코치는 23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안부를 묻는 질문에 “많이 좋아졌다”라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더 쉬어야 하지 않느냐”라는 말에는 “우리 투수진 사정이 있어서…”라며 미소와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팀 생각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LG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3.65)에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투수력이 보강된 것도 있지만 차 코치의 헌신과 열정이 큰 몫을 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게 격무에 시달리는 와중에 병을 얻었으니 이를 지켜보는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을 터. 그러나 차 코치는 티를 내지 않고 이날 정상적으로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투수교체를 위해 마운드를 오른 차 코치에게는 팬들의 따뜻한 박수가 쏟아졌다.
선발 레다메스 리즈에 이어 이상열 김선규가 이어던진 LG 마운드는 이날 KIA 타선을 4피안타 3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의 발판을 놨다. 타자들은 장단 17안타로 무려 13점을 뽑으며 차 코치의 복귀를 축하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차 코치를 잊지 않은 듯 “차명석 코치가 건강하게 복귀한 날 승리를 거둬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수단 내부에 흐르는 희생과 배려. 차명석 코치를 통해 LG가 또 한 번 그 중요한 가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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