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벌떼 야구의 전통이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강한 마무리의 면모는 여전하다. 리그 최고의 중간계투요원에서 마무리로 완벽 변신에 성공한 박희수(30)의 든든한 존재감이 있기 때문이다. 8회까지만 버티면 팀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SK의 마무리 역사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 창단한 SK는 조웅천 정대현 정우람 등으로 이어지는 마무리 계보를 자랑한다. 모두 리그 정상급 선수들이었다. 특히 정대현 등을 위시로 한 벌떼 불펜이 자리를 잡은 2007년 이후로는 마무리 걱정을 한 적이 별로 없었다. 정대현이 팀을 떠난 지난해에는 정우람이 바턴을 이어받아 30세이브를 기록했다. 2003년 조웅천(현 SK 투수코치)가 세운 구단 역사와 타이를 이루는 기록이었다.
그런데 이런 정우람이 올 시즌을 앞두고 군 입대를 결정했다. 자연히 누가 새로운 마무리가 되느냐에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해답은 예상대로 박희수였다. 지난해 65경기에 나서 34홀드를 올리며 홀드 부문 역사를 다시 쓴 박희수는 빼어난 구위는 물론 위기상황에서의 강심장까지 갖춰 마무리로는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간이 약해진다는 고민 속에서도 박희수에 마무리를 맡긴 배경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같은 불펜투수라고 해도 중간투수가 마무리로 옮길 때는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심리적인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마무리는 특수한 보직이자 힘든 보직이다. 뒤에는 자신의 잘못을 만회해줄 동료가 없는 고독한 위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희수는 별다른 위기 없이 풀타임 마무리 1년차를 보내고 있다. 일말의 불안감조차 지워내는 모습이다.
박희수는 올 시즌 전반기 23경기에서 25⅔이닝을 던지며 1승13세이브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했다. 9개 구단 전담 마무리 중 오승환(삼성) 봉중근(LG)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이다. 피안타율은 1할7푼,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94로 최정상급이다. 6월 9일 한화전 이후로는 단 한 번의 블론세이브로 저지르지 않은 채 1승8세이브를 쓸어 담았다. 팀 성적이 좋지 않은 탓에 세이브 기회가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사실 등판 기회가 많지 않아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희수다. 6월 28일 LG전 이후 7월 9일 삼성전까지 10일간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적도 있다. 하지만 박희수는 이에 대해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이다. 상황에 따라 1이닝 이상도 던진다는 책임감으로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마무리 짓고 있다. 최근 7경기 중 6경기에서는 피안타율이 ‘0’이었다. 이처럼 모든 적응은 끝났다. 이제 동료들이 박희수의 등판 상황을 만들어주는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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