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최초 Full 3D 영화 ‘미스터 고’가 그 거대한 베일을 벗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제7구단’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그의 매니저인 15세 소녀 웨이웨이(서교 분)의 우정을 그린 작품. 링링과 웨이웨이가 주인공인만큼 영화에선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링링의 모습, 그리고 서툰 한국어 대사지만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나가는 서교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을 끌지만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히든 캐릭터가 하나 있다. 바로 배우 김희원이 분한 림 샤오강.
림 샤오강은 재주 많은 링링을 이용해 돈을 벌려 한다. 그리고 링링이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하자 링링을 대적할 또 다른 고릴라를 데려오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캐릭터만 놓고 보면 림 샤오강은 관객들의 미움을 받는 악역. 하지만 림 샤오강이 나올 때마다 극장은 웃음으로 가득하고 극 말미엔 얼굴만 봐도 웃긴 지경이 됐다. 그만큼 림 샤오강은 매력적인 악역이고 김희원은 림 샤오강을 매력적으로 연기해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연기가 아쉬웠단다. 그만큼 관객들을 웃겨 놓고도 자신은 부족함이 보였나 보다. 그러나 남는 아쉬움에도 불구, ‘미스터 고’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기쁘다고 심경을 전했다. ‘한국영화 최초의 시도’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는 ‘미스터 고’에 참여하게 된 것에 자신은 운이 참 좋았다며 기쁜 마음을 전해왔다.


“제 연기가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 의미 있는 영화에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저는 정말 운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한국배우들 그 누구도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미스터 고’를 통해서 한 거잖아요. 새로운 시도는 늘 즐거운 일이니까 재밌지 않나요(웃음). 이렇게 소재에 구애 받지 않고 영화를 하려면 우리나라 시장은 아직은 조금 작으니까 세계적으로 시장이 커졌으면 좋겠어요. 시작은 아시아권이고요. 시장이 커지면 소재에 대한 제약도 적어질 것 같고 경제적으로 지원도 많아질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좋지 않을까요. 한국 영화 자체도 발전할 것 같고요.”
김희원이 ‘미스터 고’ 촬영을 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점은 딱 두 가지. 하나는 극 중 인물이 중국인으로 설정돼있다 보니 모든 대사를 중국어로 해야 한다는 점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옆에 마치 고릴라가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하는 것이 영화로 봤을 때 자연스러울까에 대한 걱정이었다. 중국어 대사가 자연스러웠다고 칭찬을 하니 다행이라며 크게 숨을 내쉰 그는 고릴라와의 연기에 대해선 눈을 빛내며 당시 어려웠던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중국어는 이 영화 때문에 배웠어요. 원래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데 이번에 느낀 건 중국어는 정말 어렵다는 거에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일 어려운 말인 것 같아요. 한문으로 되어 있는 같은 글씨가 성조에 따라서 뜻이 달라지고 성조가 틀리면 아예 그 단어로 들리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듣기엔 똑같은데 말이에요(웃음). 그래서 ‘많이 듣고 해봐야겠구나’ 생각해서 중국 분한테 많이 배웠어요. 아무리 제가 중국어를 잘해도 중국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을 거잖아요. 대사전달, 그것에 목표를 가졌죠.”

“없는 고릴라와 연기하려니 힘들었죠. 고릴라를 만진다거나 툭 때린다거나 할 때 허공에다 하는데 그게 제가 얼만큼 쓰다듬었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은 감독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내가 지금 맞게 연기를 한 건지 감이 안 와서 헷갈렸어요. 상대방이 있으면 리얼하게 던졌다, 안 던졌다 판단이 서는데 다 가짜 같고 저 혼자 원맨쇼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잘 붙어서 다행이었어요. 걱정 많이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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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