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무조건 더 던지려 한다".
한화 외국인 투수 대나 이브랜드(30)는 지난 23일 대전 롯데전에서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팀이 2-4로 뒤져있는 7회초 1사 3루 위기. 이브랜드의 투구수는 104개였고,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향했다. 외야 우측 불펜에서는 불펜카가 그라운드로 진입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 코치와 이브랜드가 통역을 두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정 코치가 덕아웃과 수신호를 주고받더니 혼자 내려갔다. 1루 쪽에 와 대기하던 불펜카는 후진 이동으로 다시 불펜에 들어갔다. 이브랜드가 "내가 보낸 주자는 책임지겠다. 더 던지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24일 대전 롯데전을 앞둔 김응룡 감독은 전날 해프닝에 대해 "원래 바꾸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정민철 코치가 미리 심판한테 이야기하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이브랜드가 더던지겠다는 의사를 표현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외국인 투수들은 웬만하면 잘 안 내려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꺼낸 김 감독의 옛 이야기 한토막. 김 감독은 "난 해태 시절 내가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서 투수를 바꿨다. 5회 리드하고 있는 투수라도 위기라면 바꾸곤 했다"며 "해태 시절 방수원을 투수 교체하려고 했는데 2루까지 뒷걸음질치더라. 그 뒤로 절대 마운드에 안 올라간다. 코치를 통해 심판에 미리 교체를 통보하는데 어제는 잘 안 됐다"고 웃었다. 김 감독이 말한 방수원 사건은 1987년의 일로 무려 26년 전이다.
한편 한화는 이날 투수 마일영과 내야수 조정원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며 투수 명재철과 내야수 임익준을 등록시켰다. 외국인선수 웨이버 공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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