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김요한을)안 뛰게 하려고 생각도 했다."
문용관 LIG손해보험 감독은 그렇게 속내를 털어놨다. 허리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김요한(28)의 기용에 대해 고심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허리통증에도 불구하고 펄펄 난 김요한의 활약에 힘입어 LIG손해보험은 KEPCO를 꺾고 컵대회 준결승에 안착할 수 있었다.
LIG손해보험은 24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 A조 KEPCO와 경기서 세트스코어 3-0(25-22, 25-19, 25-22) 완승을 거뒀다. 가벼운 허리통증으로 선발 멤버에서 제외됐던 김요한(17득점, 블로킹 2개 서브 에이스 1개)은 이날 1세트 후반부터 투입돼 LIG손해보험의 공격을 이끌며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문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첫 번째 경기보다는 내용적으로 괜찮았다. 권준형 세터도 게임에 대한 부담이 해소되면서 훈련했던 플레이를 보여줬고, 좋은 토스들이 몇 개 나왔다"며 칭찬의 말을 전했다. 지난 경기서 승리를 거두고도 쓴소리를 했던 것과는 달리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선수들이 다시 잡아서 역전한 부분에서 그동안 훈련했던 모습들이 한 두개씩 나오더라. 쉽게 실점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줘 감독으로서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문 감독은 사실 이날 경기에 김요한을 뛰지 않게 할 생각이었다. 김요한은 컵대회 첫 경기였던 우리카드전을 마치고 허리에 쌓여있던 피로가 통증으로 나타나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훈련은커녕 병원을 오가며 근육주사를 맞고 휴식만 취했기 때문에 김요한 본인도 경기에 나서면서 걱정을 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이긴다면 준결승과 결승, 앞으로 남은 두 경기를 생각해서라도 운동을 좀 해줘야한다. 3일을 내리 쉬게 되면 젖산분해능력도 떨어지고, 체력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감각을 살리기 위해 과감하게 김요한을 투입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요한 역시 "(허리 상태는)별로 안좋다. 원래대로라면 감독님께서 준비만 하고 오늘 경기는 최대한 안 뛰는 쪽으로 하자고 하셨다"며 웃음을 섞어 답했지만 승리에 고양된 표정이었다. 김요한은 "통증보다는 훈련을 못했기 때문에 허리에 대한 걱정이 좀 있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태에서 경기를 했는데, 첫 경기부터 페이스가 좋았고 그 페이스가 유지되면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과 지난 시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이 김요한을 부채질했다. 김요한은 "컵대회 우승하니까 좋더라. MVP도 받아보고. 대학교 때는 자주 했는데, 프로 입단하고나서 그렇게 헹가래쳐보고 우승하는게 너무 오랜만이었다"며 "감회도 새롭고,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다. 비록 지난 시즌 때는 (기세가)이어지지 않아서 좀 아쉬웠는데 올 해 컵대회 우승하고 작년과 다르게 V리그까지 쭉 기세를 이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욕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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