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상징하는 거포 4번 타자. 그런데 그 타자가 팀과 함께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팬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올 시즌 가장 먼저 20홈런 고지를 밟은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27)는 팬들에게 ‘이보다 좋을 수 없는’ 활약상을 선보이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 24일 목동 두산전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6으로 뒤진 5회말 무사 2루서 상대 선발 노경은의 4구 째 슬라이더(136km)를 제대로 잡아당겼다. 이는 크게 넘어가는 좌월 투런으로 이어졌다.
이 홈런포로 박병호는 2위 최정(SK, 18홈런)와의 격차를 두 개 차로 넓히는 동시에 9개 구단 타자들 중 가장 먼저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박병호는 지난 시즌 넥센의 풀타임 4번 타자로 31홈런을 때려내며 홈런왕좌에 올랐다. 경기 내용 상으로도 3-6에서 5-6을 만드는 추격 발판포였고 팀은 결국 역전에 성공하며 8-6 승리를 거뒀다.

지난 시즌 전 경기(133경기) 4번 타자로 맹활약하며 2할9푼 31홈런(1위) 105타점(1위)의 성적으로 최우수선수(MVP)가 된 박병호. 올 시즌 박병호의 성적은 76경기 3할2푼6리(4위) 20홈런(1위) 67타점(1위)으로 굉장히 뛰어나다. 도루 수만 줄었을 뿐 오히려 타석에서 주는 위압감은 지난해 그 이상이다.
지난해 박병호는 8월 1일 문학 SK전서 세 개의 홈런포를 몰아치며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달성까지 걸린 경기 수는 86경기. 그런데 올해는 20홈런까지 76경기로 10경기를 단축했다. 산술적으로 올 시즌 35개의 홈런을 때려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처럼 전 경기에 출장한다는 단순 가정 하에 타점도 약 117점에 달한다.
선구안과 컨택 능력의 성장은 괄목할 만 하다. LG 시절 떨어지는 변화구에 취약한 만년 유망주였던 박병호는 지난해 111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73개의 볼넷을 얻었다. 지난 시즌 삼진 당 볼넷(73개) 수치가 0.66. 그런데 올 시즌에는 57삼진-46볼넷으로 0.81로 상승했다. 그만큼 볼을 골라내는 능력이 좋아졌다. 2할9푼에서 3할2푼6리로 상승한 타율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보여준 것이 있으니 투수들도 두려워하고 박병호 자신도 이를 이용하며 성장하고 있다. 23일 두산전에서 상대 선발로 나섰던 좌완 유희관은 “박병호는 바깥쪽 걸치는 공도 밀어쳐서 넘길 수 있는 힘과 컨택 능력을 갖춰 더욱 신경 쓰고 던져야 하는 타자”라고 밝혔다. 경기 경험이 쌓이며 취해야 할 공과 걸러보내야 할 공을 이전보다 훨씬 잘 골라내고 있다.
그리고 투수들이 자신을 두려워하며 바깥쪽 공 비율을 높인다는 점을 착안해 밀어치는 힘까지 확실히 높인 박병호다. 지난해는 물론 올 시즌에도 아직까지 전 경기 출장 기록을 이어가며 여전한 내구성을 과시하는 동시에 힘과 기교 면에서 더욱 뛰어난 위력을 비춘다는 것은 분명 높게 평가할 만 하다.
넥센은 성장하는 팀이다. 지난해 시즌 중후반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놓고 싸우다 분패했다면 이제는 빛나는 성과를 향해 더욱 큰 보폭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난해보다 더욱 나아진 거포 박병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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