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마무리투수 송창식(28)이 투혼이란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줬다.
송창식은 지난 24일 대전 롯데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초 구원등판, 1⅔이닝 3피안타 2볼넷 1사구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기록 자체만 보면 두드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패전 위기에 몰릴 정도로 안 좋았다. 하지만 이날 송창식은 기록에서 나타나지 않은 투혼을 보여줬다. 송창식만이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였다.
이날 송창식은 9회초 강민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진 뒤 정훈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무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조성환을 2루 내야 뜬공으로 잡은 후 이승화의 기습번트 타구 때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공이 뜬 순간 반사적으로 몸을 날린 것이다. 공을 향해 그야말로 온몸을 내던졌다.

송창식은 넘어지는 와중에도 글러브 낀 왼 팔을 최대한 뻗어 기어이 공을 낚아챘다. 좀처럼 보기 힘든 투수의 다이빙캐치. 떨어지며 땅에 부딪치는 순간, 그 충격으로 뿔테 안경이 튕겨나갈 정도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3루 주자를 묶어두기 위해 송구 동작을 취하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정민철 투수코치가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고, 송창식의 떨어진 안경을 주워 언더셔츠로 닦아주며 격려했다.
다이빙캐치 충격에도 흙을 툭툭 털어내고 일어선 송창식은 냉정을 잃지 않았다. 전준우를 볼넷으로 거르며 만루 작전을 썼고 손아섭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없이 막아냈다. 그러나 연장 10회초 안타 2개를 맞고 실점, 아쉬움 속에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이날 투구수는 무려 50개.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투구수였다.
마무리투수이지만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무려 50개 공을 뿌리는 투혼을 발휘했다. 올해 송창식은 35경기에서 47⅓이닝을 던졌는데 이는 구원투수 중 오현택(두산·48이닝) 다음으로 많은 기록이다. 24일 경기에서 직구 최고 구속은 142km로 시즌 초반보다 떨어졌지만 위기에도 흔들림없는 강심장을 자랑하고 있다.
송창식의 올해 성적은 2승5패10세이브 평균자책점 3.99. 블론세이브도 3개 있다. 객관적인 기록 자체만 보면 송창식의 존재감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야구의 기록은 많은 걸 보여줘도 모든 걸 보여주지 않는다. 기록으로 알 수 없는 존재감을 송창식이 보여주고 있다. '독수리여 투혼을 불태워라'는 올해 한화 구단의 캐치프레이즈는 마치 송창식을 위한 것처럼 보인다.
송창식은 "공을 던지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많이 던져서 몸이 힘들더라도 던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일"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잘 하고 있지만 팀이 잘 해야 의미가 있다. 개인 기록을 신경 쓰려고 해도 팀이 지면 그런 마음이 사리잔다"고 말했다. 진정으로 야구와 팀에 감사해하고 있다. 언제 어떤 상황에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는 송창식은 더 이상 개인 기록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기록으로 알 수 없는 투혼이 그를 빛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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