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그 씁쓸한 퇴출 이야기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3.07.25 13: 10

KIA가 퇴출한 앤서니 르루는 작년 선발투수로 11승13패, 방어율 3.83을 기록했다. 부상없이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했다. 171⅓이닝을 던졌으니 이 정도면 꽤 쓸만한 선발투수였다.  작년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1.40에 이르렀지만 큰 흠이 되지 않았다.
선동렬 감독은 지난 1월 애리조나 캠프에서 고심끝에 앤서니를 마음속으로 낙점했다. 윤석민은 선발진의 기둥투수로 생각했다. 대신 150km가 넘는 강속구로  1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고 뛰어난 퀵모션, 번트수비 등 실점 요인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앤서니를 불러 "소방수를 해도 괜찮겠는가"라고 의향을 물었다. 앤서니는 소방수 경험이 없었지만 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주자가 있으면 흔들리고 배짱이 약한 앤서니를 소방수로 적응시키는 일만 남았다. 구단은 소방수용 인센티브안을 새로 만들었다.

오키나와 실전에서 부단히 소방수 훈련을 시켰다. 경기 마지막 투수로 항상 앤서니를 등판시켰다.  소방수 경험이 없는 앤서니를 연착륙시키려면 될 수록 많이 세이브 상황을 경험시켜야했다. 앤서니도 낯선 9회 등판에 조금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개막했다. 3월 30일 넥센과의 개막전 9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아슬아슬했다. 3루 실책에 이어 강정호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강정호가 주루사를 당해 한숨을 쓸어내렸다. 1사3루에서 나머지 두 타자를 무안타로 막고 10-9 승리를 지켰다.
첫 블론세이브는 4월 10일 광주 두산전이었다. 3-2로 앞선 9회초 2사후 양의지에게 동점 솔로홈런을 맞았다. 이때부터 불안감이 드리워졌다. 두 번째 블론세이브는 4월 24일 NC 마산경기였다. 8회 2사후 바통을 이어 5-4 리드를 지키는 듯 했으나 9회 2사 2루에서 조평호에게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내주었다.
그래도 이후 6경기 연속 무실점 하면서 5개의 세이브를 추가해 안정을 찾는 듯 했다. 포수와의 민망한 급소 세리머니로 웃음도 안겨주었다. 그러나 내용은 안타와 볼넷을 계속 내주는 애간장 세이브였다.  선 감독은 "깔끔한 세이브 좀 보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급기야 6월 2일 광주 LG전에서 4-0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6월 13일 광주 NC전에서 7-2로 앞선 9회초 무사 만루위기에 등판해 동점을 허용하는 부진으로 깊은 주름살을 안겼다.
6월 28일 대구 삼성전은 앤서니의 운명을 결정한 날이었다. 5-3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지만 4안타 1볼넷을 내주고 3실점, 끝내기 패배를 기록했다. 5-4 2사후 삼성 정형식의 도루때 심판의 애매한 세이프 판정이 겹치긴 했지만 더 이상 신뢰를 받지 못했고 소방수에서 물러나 2군으로 내려갔다.  
역시 멘탈이 약했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호흡이 빨라지는 스타일이다. 투구폼이 빠르지만  너무 일정하다. 투구폼 뿐만 아니라 볼도 완급조절을 못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심판들 몇몇은 앤서니가 좋은 볼을 가졌다고 평가했지만 어쨌든 상대를 제압하지 못했다. 포수들과의 궁합도 썩 맞지는 않아 보였다.  
더욱이 기록을 살펴보면 앤서니는 팀 중간진 부실의 책임을 짊어지고 있었다.  30경기 가운데 14번이나 8회에 등장했다. 필승조에 믿을만한 투수가 없었기 때문에 앤서니를 당겨쓰는 일이 많았다. 만일 1이닝만 소화하는 투수였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궁금한 대목이다.
그는 어깨가 쉽게 달궈지지 않는 소방수였다.  불펜에서 많은 투구를 하는 편이다. 8회 등판에 투구수까지 많아지면서 어깨에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앤서니는 소방수 보직을 내놓게되자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래도 20세이브나 올린 성적이 있는데"라고 아쉬워했을 것이다. 그는 결국 의욕이 떨어졌는지 2군 첫 실전등판에서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고 직접 함평까지 내려가 투구를 지켜본 선 감독은 퇴출을 결정했다.
앤서니는 한국형 용병이었다. 역대 KIA 외국인 선수 가운데 한국문화에 가장 적응력이 뛰어났다. 야구장에서 만나는 누구든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도 잘한다. 선동렬 감독도 "재미있는 친구"라며 애정을 주었다. 애간장 세이브를 할때는 앤서니의 뒷목을 잡으면서 "제발 잘 좀 해다오"라며 화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성적 부진과 함께 순식간에 결별로 이어지고 말았다.
앤서니는 한국음식도 꺼리지 않아 외국인들이 기겁하는 보양탕까지 먹을 정도였다. 그는 2군 통보를 받자 광주의 보양탕 집을 찾아 쓰린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전의를 상실한 그의 몸과 마음을 보양해주지는 못했고 7월 24일 20세이브 성적을 남기고 웨이버 공시됐다. 한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게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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