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졌지만 좀처럼 타선이 도와주질 않았다. 결국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희망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한 투구 내용이었다. 윤석민(27, KIA)이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에이스의 부활 전주곡을 알렸다.
윤석민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118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자신의 시즌 5번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였다. 그러나 9회까지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한 타선 탓에 시즌 3승에는 실패했다. 지난 2011년 5월 17일 이후 이어온 LG전 5연승도 끊겼다.
하지만 윤석민 개인에게는 의미가 많은 경기였다. 올 시즌 최다 이닝과 최다 투구수를 경신했다. 구위도 좋았다. 전반기 막판 컨디션이 살아나고 있다고 밝힌 자신의 말 그대로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로 아주 빠르지는 않았으나 좌우 코너웍이 좋았다. 루킹 삼진이 눈에 띄었던 이유다. 슬라이더도 최고 141㎞까지 형성되며 LG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1회부터 3회까지 매 이닝 안타를 허용하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실점은 1점이었다. 1회 선두 박용택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나머지 타자들을 범타 처리했고 2회에도 2사 후 김용의에게 안타 후 도루까지 허용했으나 윤요섭을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첫 실점은 0-0이었던 3회에 나왔다. 1사 후 박용택 오지환에게 연속 우전안타를 허용하며 1사 1,3루에 몰린 윤석민은 이진영에게 중전 적시타 때 1실점했다. 이후 정의윤의 2루수 땅볼로 2사 2,3루가 됐으나 이병규(9번)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더 이상의 실점은 하지 않았다.
삼진 1개를 포함해 4회를 삼자범퇴로 넘긴 윤석민은 5회도 무실점으로 넘기며 5이닝 고지를 넘어섰다. 자신감이 붙은 윤석민은 6회 이진영과 정의윤이라는 LG 중심타자들을 연속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7회 2사 후 손주인에게 안타를 허용한 윤석민은 최근 타격감이 가장 뜨거운 박용택을 2루수 땅볼로 잡고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이닝에 이르렀다. 종전 최다 이닝은 6월 1일 LG전에서 기록한 6⅓이닝이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은 끝내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KIA 타선이 끝까지 윤석민을 도와주지 않아 오히려 패전의 멍에를 써야 했다. 자신의 통산 11번째 완투 경기이자 2번째 완투패였다. 윤석민은 역대 51번째로 개인 1100이닝 투구를 기록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윤석민은 “전체적으로 투구내용이 좋아지고 있다. 밸런스가 좋아지고 있고 직구, 변화구 모두 만족한다”라고 했다. 다만 “팀이 패해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일단 살아나는 에이스의 면모는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수확은 있었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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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