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환(45) 한국포니야구연맹 심판(소프트볼 국제심판)이 지난 24일 20여 년 간 공들여 모아온 야구서적 130여 권을 한국야구위원회(KBO) 산하 야구박물관추진위원회에 기증했다.
기증서적 가운데는 1940, 50년대 국가대표 4번타자 출신으로 한국야구의 선각자였던 허곤 전 미주야구협회 회장이 1959년에 다니엘 E 젯시의 저서를 번역해 출간한 과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김영조의 (1973년), 문교부가 체육교육자료 총서로 펴낸 교과서 (1975년), 동아일보 기자 국흥주의 (1979년), 야구기자로 필명을 날렸던 고 이종남 기자의 첫 번역서 (1979년), 만화가 박수동이 그린 만화 (1979년) 초판본 등 현재는 구하기 어려운 절판, 희귀본이 다수 포함돼 있다.
최 씨는 원래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야구선수 출신이었던 부친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건설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그는 야구에 대한 갈증을 이기지 못해 심판의 길로 들어서 리틀야구 심판을 경험했고, 현재는 한국포니야구연맹과 대한소프트볼협회 심판을 맡고 있다.

최치환 씨는 대구에서 야구선수생활을 했던 부친의 포수 마스크도 이번에 책과 함께 기증했다. 하일 야구박물관추진위원은 “1950, 60년대에는 마스크가 국산이 없었다. 이 마스크는 미국에서 만든 것으로 아주 귀한 것이다”고 평가했다.

최 씨가 박물관추진위원회에 책을 기증한 것은 한국심판학교 김광철 교장과의 인연이 끈이 돼 그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1000여권의 장서가인 그의 집에는 온통 책과 음반으로 넘쳐난다고 한다.
최 씨는 20대 초반부터 헌책방을 순례하며 야구서적을 중심으로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최 씨는 “예전에 야구 역사서가 별로 없어 야구 지식을 얻으려고 책을 수집했다.”면서 “서울 청계천이나 부산 보수동 일대 헌책방 골목, 제천의 새한서점 등을 다니며 책방 주인에게 부탁한 필요한 책이 나오면 달려가곤 했다.”고 돌아보았다.
최 씨가 야구서적을 본격 수집하게 된 계기는 1979년에 출간된 전 동아일보 기자 국흥주 씨가 펴낸 를 청계천 헌책방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뒤부터.
최 씨는 오래 전 일본 도쿄 고서점 거리 간다(神田)의 어느 고서점에 들러 1966년에 서울에서 출판된 희귀본 을 찾아냈지만 책값이 8만 9000엔이나 돼 너무 고가여서 손에 넣지 못해 안타까워했던 일화도 털어놓았다.

음반 수집가이기도한 그는 LP음반과 CD를 포함 1만 여장을 갖고 있다. 그 가운데는 앨범 자켓에 비틀즈 멤버 존 레논과 그의 일본인 부인 오노 요코가 앨범 나체로 등장하는 앨범이 들어 있다. 이 앨범은 3000장만 발매 됐으나 곧 회수한 희귀본으로 알려져 있다.
또 롤링 스톤즈의 청바지 모양에다 지퍼가 달려 있는 자켓이나 1970년대 유신독재 시절 판금본인 김의철의 앨범도 수집하는 등 희귀 앨범도 지니고 있다.
그가 기증한 책들은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 지하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아카이브 센터에 접수돼 KBO가 분류와 평가 작업을 하고 있다.
chuam@osen.co.kr
최치환 씨(왼쪽)가 야구 책을 기증한 뒤 하일 야구박물관추진위원과 야구회관 아카이브 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최 씨가 기증한 책 가운데 등 희귀본들.
자신이 기증한 책을 살펴보고 있는 최치환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