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뒤 수많은 선수들이 국내 무대를 거쳐갔다. 1987년 프로 데뷔 이래 줄곧 파란 유니폼을 입고 삼성에서만 활약 중인 류중일 감독이 기억하는 최고의 외국인 선수는 누구일까.
류 감독은 발비노 갈베스(투수)를 꼽았다. 2001년 살로몬 토레스의 대체 선수로 한국땅을 밟은 갈베스는 15경기에 등판, 10승 4패 평균자책점 2.47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류 감독은 "갈베스의 체인지업은 최고다. 공을 정말 잘 던졌다. 요미우리 시절에 던지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진짜 대단했다"고 엄지를 세웠다.
하지만 그는 출중한 기량보다 악동 이미지로 더 유명했다. 1998년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 구심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을 향해 강속구를 던졌다가 잔여 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삼성에서 활약하던 2001년 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뒤 7번이나 입국 약속을 어긴 뒤 45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그리고 멕시코 출신 좌완 나르시소 엘비라 또한 류 감독이 기억하는 특급 선수. 2002년 매트 루크의 대체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엘비라는 13승 6패 평균자책점 2.50으로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류 감독은 "엘비라는 악력이 좋아 커브를 정말 잘 던졌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그는 2003년 6차례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7.06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뒤 고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의 첫 번째 성공 요건은 문화적 적응 여부. 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췄어도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조기 퇴출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꽤 이름을 날리던 거물급 선수 가운데 국내 무대에서 초라한 성적을 남긴 뒤 보따리를 싸는 경우도 허다했다. 류 감독은 "선수의 적응 여부가 관건이다. 팀성향 등 여러가지 부분에서 잘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류 감독은 외국인 선수 영입 관련 비화를 공개했다. 삼성은 1999년 기동력 강화를 위해 제이 데이비스(전 한화 외야수)를 영입할 계획이었으나 발표 마감 1일 전에 빌리 홀(내야수)로 급선회했다.
류 감독은 "아마도 내가 선수로서 다 됐다는 생각에 그 친구(빌리 홀)를 데려 왔었는데 결국 외야로 전향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빌리 홀은 주력 만큼은 으뜸.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블랙홀에 가까웠다.
24일 외국인 투수 아네우리 로드리게스를 웨이버 공시한 삼성은 대체 선수 발굴에 고심하고 있다. 류 감독은 "국내 타자들은 선구안이 뛰어나 빠른 공만 던지면 얻어맞기 일쑤다. 150km대 강속구, 변화구, 컨트롤 등 3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취재진이 "그 정도면 한국에 오겠냐"고 하자 류 감독은 "그건 그렇다. 그래도 감독 마음이 다 그렇다"고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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